[아침을 열면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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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등 대중성이 강한 예술 분야를 지칭하는 대중예술은 순수예술에 비해 산업화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대중예술 산업은 흔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법적으론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이 정확한 표현이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가수와 배우 등 대중예술인에 대한 훈련과 지도, 상담 등을 하는 영업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연예인을 발굴 및 육성하고 연예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회사를 일컫는다.

 

언론 매체 등에서는 언제부턴가 이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중예술 산업에서 K팝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비중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실상 기획사 시스템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2000년 이후 SM, YG, JYP 등 이른바 ‘빅3’ 기획사의 독주가 한동안 계속되다가 BTS(방탄소년단)를 내세운 하이브가 브레이크를 걸면서 외형적으로는 4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매출 규모면에서는 후발주자인 하이브가 1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연예기획사의 현주소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연예기획사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K팝 원조 기획사’로 불리는 SM의 경영권 분쟁 사태는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현 경영진 간의 갈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가 현 경영진과 손잡고 9%대 지분 확보에 나서자 이수만은 경쟁사인 하이브를 통해 자신의 지분 중 14.8%를 인수토록 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이수만의 처조카인 현 SM 대표이사가 이수만이 해외에 설립한 기획사를 통해 에스파 등 SM 소속 뮤지션의 음원과 음반 수익을 SM과 레이블 정산 전 6%씩 선취함으로써 역외 탈세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수만 측은 법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양측의 싸움이 소송전으로 비화한다면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양측의 법적 다툼 여부와 관계없이 SM 사태는 대중예술 산업, 특히 K팝 등 한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연예기획사의 민낯을 드러낸 사례라고 봐야 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아이돌과 걸그룹을 앞세워 K팝을 세계적인 콘텐츠로 키운 성과는 인정해야 옳지만 이 과정에서의 그림자를 돌아봐야 할 때다. 일부 기획사들이 대중음악 콘텐츠 수익을 독점하는 독과점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연습생들을 상대로 한 이른바 ‘노예계약’과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이 해소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SM 경영권 분쟁은 본질적으로 메이저 기획사 독식 구조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가 가져올 대중음악의 다양성 훼손 논란과 상식적이지 않은 경영 거버넌스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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