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수소경제로 미래 수출경쟁력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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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장

얼마 전 평택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전기차 수천대가 수출 선적을 위해 부두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기차는 2013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불과 10년 만에 전체 자동차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평택항의 수소복합기지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하니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주력 수출품목과 무역현장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탄소중립이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 무역장벽이 확산되면서 이제 제품을 생산하고 팔 때 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 당장 올해부터 EU는 수입 제품에 탄소배출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하니 준비가 덜 된 수출기업엔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특성상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질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수출이 지금처럼 뚝심 있게 우리 경제를 계속 지탱해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다.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진국들의 움직임 역시 부산하다. EU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1천만t 생산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활발히 추진 중이고, 독일은 최근 수전해 플랜트 건설을 더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과시키면서 수소생태계 전반에 걸쳐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일찍이 호주와 수소 협력에 나서며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소경제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시대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꼭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등에서 유리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중동과의 다양한 수소사업 협력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다만 수소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인프라 확충, 수소 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탄탄히 다지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의 아낌 없는 투자와 우리 기업의 혁신 노력이 지속돼 머지않아 세계 수소시장에서 한국이 선두에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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