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그 모든 것은 기후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만능열쇠’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핵심 방법은 몇 가지 있다. 그마저도 짧지만 강력한 ‘화석연료 중독’이라는 관성으로 인해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길은 있다. 이미 태어나 보니 화려하고 풍요로운 도시 문명에서 떠다니는 생활이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삶이지만 전혀 선택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 인프라에 다시 집중해보자.
도시의 전기·통신과 가스, 도로와 상·하수도망, 집단에너지(지역난방)와 식량 및 먹거리, 그리고 폐기물 처리가 어떻게 자동으로 되겠는가. 막대한 에너지와 다른 동료 시민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는 단 일주일도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모든 생활이 전력화돼 가는 현실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 남부권의 도시들은 대부분 당진과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해 만든 전기에 의존한다. 온실가스를 급격하게 줄이기 위한 직접 행동의 시작이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반복하지만 기후위기는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생태계 파괴와 자원 고갈, 이상 기후와 생물 멸종, 물과 식량의 위기, 인간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 심화라는 여러 원인과 결과들이 서로 계속되는(되먹임) 영향의 총합을 말하지 개별적인 어떤 하나의 원인과 결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아쇠는 산업문명 이후 인류가 인위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인 것은 자명하다. 각자이면서 서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에 햇빛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나온 이익을 서로 나누기로 했다. 2021년 7월12일 가동을 시작한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 나눔10호 태양광발전소는 2천대에 달하는 수원시내버스를 전기버스로 빠르게 교체하고 깨끗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한 시민발전협동조합과 버스회사, 수원시의 합작품이다. 전기버스 충전시설 허가를 위한 필수시설(비 가림)을 태양광발전소가 대체했고 가까운 전력망에 연결함으로써 일부나마 석탄전력을 밀어내고 태양광발전으로 버스를 충전하는 간접효과도 누린다.
발전소 건립비 90%(13억5천만원) 이상을 시민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으고 발전소 수익금을 기반으로 지난 15일부터 원금과 이자 지급을 시작했다. 이런 사례가 10곳, 100곳 늘어간다면 깨끗한 에너지를 바라는 ‘시민자산’이 석탄전력을 밀어내고 새로운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만약 내 가족과 마을과 도시와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이런 실천들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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