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1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장병들을 위문하고 격려했다. 그때의 영상을 국무총리실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는데 영상의 제목과 내용이 너무 좋았다.
국토 방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다친 장병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 지원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자부심을 갖고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철통 같은 국토 방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군인과 경찰만이 희생하고 있을까? 개인이 아닌 시민 모두가 희생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오래전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고, 자신의 힘만으로는 영토와 국민을 지킬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기나긴 세월 대한민국의 국토 방위를 위해 미군이 주둔할 수 있도록 시 전체 면적의 42%에 달하는 미군 공여지를 제공했으며 현재도 제공하고 있는 도시가 있다. 또 1950, 60년대 별다른 외화벌이 수단이 없었던 시대에 자신의 살과 뼈를 내 주었으나 지금은 상처투성이가 돼 혼자 감내해야만 하는 도시가 있다.
그곳은 바로 경기 북부의 인구 10만명도 안 되며 이제는 인구소멸지역으로 위기에 처한 70년 이상 국가를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도시, 동두천시다.
그러나 근대화가 진행돼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지금 정치적, 국제적 정세 변화로 동두천시에 돌아온 것은 희생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기한 없는 미군 주둔, 병력 감축, 미군 범죄, 소음 피해, 중첩 규제 등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 우려 등 지속적인 희생의 요구뿐이다.
이와 달리 어떤 곳은 미군기지 신설을 위해 18조원의 투자와 대기업을 이전해 주고 국가 주도로 공원을 만들어 환원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곳은 미군기지 반환을 통해 지역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주고 있다.
동두천시는 오랜 세월의 상흔으로 지금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지만 국가는 여전히 치료를 해주기보다는 병력 감축과 기지 미반환은 물론 반환 기지에 대한 토지매입비 및 환경치유비 부담 등 많은 멍에를 짊어지고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희생하라고 강요만 하고 있다.
국가도 희생에 대한 지원을 한다며 2006년 미군공여구역법을 제정하고 발전종합계획을 통해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지 반환이 없는 계획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심지어 동두천시는 1998, 1999, 2011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수해예방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미군 공여지라는 이유로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2016년부터 3년간 여러 부처를 찾아 도움을 요청해 2019년 가까스로 착공할 수 있었다.
이렇듯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자 해도 지키기 힘들게 하고 있으며, 동두천시가 관할하는 토지임에도 미군 공여지라는 이유로 명확한 기지 반환 시기조차도 제시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 국가가 동두천시를 대하는 지금의 현실이다.
동두천시는 국가에 “동두천은 어느 나라의 도시인지,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희생의 끝은 무엇인지”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가 장병들에게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했다. 앞으로 70년을 희생할 곳도 중요하다. 하지만 70년 이상을 희생한 동두천시도 끝까지 책임져 주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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