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동 메가이벤트 사각지대, 인권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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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의 짧은 방한과 대한민국 8대 대기업 총수와의 만남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과 긴 여운을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38세 젊은 개혁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메가 이벤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사업이 됐다. 100%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도시 ‘더라인’은 사막 한가운데 미래 도시 건설이라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의 이미지로 많은 한국 기업들을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에 들뜨게 만들었다.

 

때맞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개최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3위, 원유 매장량 14위의 에너지 부국 카타르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제 메가 이벤트 추진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국제 스포츠 메가 이벤트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년 동계아시아경기를 유치했고 2030년 월드컵 유치전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오는 7월 개막하는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Visit Saudi’라는 브랜드를 통해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과 함께 후원사로 참여한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했다. 2022년에는 천문학적 돈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신생 골프리그 LIV투어를 출범시키면서 골프계를 흔들었고 세계적 축구선수 호날두를 사우디 알나스르팀에 영입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에 대한 소식은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 정보기술(IT)과 게임산업에 대한 전망, 문화산업과 관광산업 육성 등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놓는 정책 하나하나에 관련 업계가 귀를 기울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 국가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진출 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마치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는 법,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메가 이벤트 추진의 화려한 이면에는 인권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통한 ‘스포츠 워싱’에 대한 비판이 있고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인권 탄압과 성소수자 문제 등이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허용, 마흐람(남성 후견인) 제도 폐지와 공공 장소에서 남성과 여성 성별 분리 제한 완화 등의 파격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 내부의 인권 현실은 여전히 척박한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불관용,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이들 국가가 보여주고 있는 ‘개혁’과 ‘긍정적 변화’는 공허한 울림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어두운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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