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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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장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살다 보면 길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잘못된 점을 돌아보고 원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면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어떨 때는 따뜻한 경고의 말이 충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충격이 필요할 때도 있다. 젊은 세대나 나이 든 세대 모두 지금 처한 상황을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자기 마음가짐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괴로운 건 우리에게 일어난 상황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해 일으킨 어지러운 상념들 때문이다. 진정 쉬고 싶다면 지금 바로 내 마음을 현재의 시간에 온전히 가져다 놓으면 된다. 이것저것 해야지 하는 바쁜 마음은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상념일 뿐이다. 현재에 마음이 와 있으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지금뿐이다. 지금 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쉬고,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하다.

 

‘사람에겐 저마다의 몫이 있다(to each his own)’라는 격언은 거의 보편적으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며, ‘대접받고 싶지 않은 방법으로 남을 대접하지 말라(do not treat others as you do not wish to be treated)’라는 격언도 마찬가지다. 이 두 격언은 해석과 적용에서 차이도 있지만 근본에서는 서로 비슷하다. 우리는 진정 타인이 될 수 없기에 타인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기 마음도 다 헤아리지 못하면서 남의 사정을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그보다는 그 이해 불능의 사정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남에 대한 자기의 이해를 자꾸 피드백하며 고쳐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저 사람 몫이 부당해 보이는 건 나의 아상 때문이고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일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대접하는 방식이 그 사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내 방식을 고수한다면 벽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상당 부분 우리 기대가 우리 마음대로였기 때문이다. 그 예기치 못한 일이 우리를 골탕 먹이자고 일어난 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일부러라도 떠올리는 게 중요하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할 20, 30대와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40, 50대 그리고 절제된 몸짓과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할 60대 각자의 입장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길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가다 보면 길이 생기기는 법이니, 걷다가 마땅치 못한 일을 당해도 행복할 권리까지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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