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식민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영국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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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콜럼버스가 쏘아 올린 신대륙 발견이라는 작은 공이 현대 인류와 역사에까지 연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평소에 인식하고 있을까. 유럽인들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면서 16세기부터 시작된 식민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는 역사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현대인으로서, 특히 한국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콜럼버스의 신항로 개척은 스페인을 시작으로 17세기 영국과 프랑스까지 식민화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수 있도록 초석을 깔아준 역사적 사건이다. 영국인과 프랑스인들이 북아메리카 지역을 정복한 것에 잇따라, 특히 1780년대에는 영국인이 인도 전체를 식민지화해 유럽의 산업혁명을 발전시켰다. 이렇게 식민화를 통해 강대국으로 성장하던 영국은 19세기에 빠른 속도로 아프리카 지역까지 식민지화해 신제국주의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놀라운 경제적 성장을 이룬 당시 영국은 런던 항구에 전 세계의 물자를 가득 채운 선박과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에서 팔려온 노예들이 상품처럼 줄을 이었고 세계에는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사상이 만연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서구식 근대화를 이루고 있던 일본은 이를 선망해 영국처럼 제국주의를 토대로 동아시아의 나라들을 닥치는 대로 정복하며 ‘동양의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꿈을 이루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세계는 지배 국가들의 속국 투성이었다. 이러한 인류의 식민주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1900년대 중반까지도 끝까지 식민지를 내놓지 않으려 했던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나라로 인해 장기간의 식민지 해방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인류의 끔찍한 역사의 잔재는 지금도 현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표면적으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직까지 뿌리 깊이 존재하는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차별 같은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해방 이후로도 가난함을 벗어나기 힘들어 아무리 노력해 봤자 현실적으로 국가의 독립성을 여전히 얻기 힘든 전 식민지 국가들이다. 오히려 식민지 해방 이후 과거 제국주의로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룬 나라들과 제3세계 국가 간의 빈부 격차가 더 심해졌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전 식민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문화적, 경제적 성장을 달성했지만 언어 습관에서 여전히 일제의 잔재를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 같은 현재 인류세의 가장 큰 전 지구적 문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나라들은 대부분이 식민지 개척자들이지만 이의 후폭풍은 제3세계 나라들이 그대로 직면하고 있다. 제국주의는 환경에도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람들의 보통 현재 세계에 대한 인식과 역사, 학문까지도 유럽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러한 제국주의의 잔재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현대 영국의 인식은 각양각색인데, 하나는 ‘좋았던 날’을 회상하며 과거를 찬미하는 시각과 또 하나는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의 시각이다. 영국의 현대 교육은 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세계의 많은 이슈를 파보면 파볼수록 제국주의의 영향이 뿌리 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실제로 다양한 과목에서 이러한 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나는 과거 일본제국의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학생으로서 이러한 영국의 고등교육을 경험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의 폭이 넓혀짐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학살과 피로 얼룩진 시신들을 밟고 높게 서 있는 과거 지배자들인 ‘선진 국가’들을 향한 동경과 유럽 중심적 세뇌를 멈추고 진정으로 제국주의의 잔재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것일까.

 

이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식민주의가 이미 끝난 머나먼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가 현대 사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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