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새벽마다 집 앞서 '공회전'...잠 설치는 주택가 [현장, 그곳&]

인천 화물차 불법 '밤샘주차' 몸살

15일 오전 3시30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근린공원 인근 도로에서 대형 화물차들이 불법 밤샘주차돼 있다. 홍승주기자

 

“새벽마다 집 앞에 불법으로 밤샘주차 된 트럭들이 공회전을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15일 오전 4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 도로 3차선은 10여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빼곡히 불법 주차돼 있는 상태였다. 이 화물차들과 아파트의 거리는 고작 10m 정도로 가까운 거리. 새벽에는 운전사들이 화물차를 몰고 나가기 전에 10여분간 시동을 걸어 공회전을 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매일같이 소음과 매연에 시달리며 강제 기상을 하기가 일쑤다. 또 이른 저녁부터 밤샘 주차 중인 화물차들은 시야를 가려 주민들의 버스 승차도 어렵게 하고 있다. 

 

주민 이옥순씨(85)는 “새벽마다 화물차 때문에 잠을 깨곤 해 괴롭다”며 “주택가에 화물차를 주차하지 못하도록 전용 주차장을 멀리 만들어 주던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날 새벽 남동구 논현동 남동근린공원 인근 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공원 옆 도로에는 화물차 22대, 특수차량 4대가 늘어서 있었다. 건너편 도로에도 12대의 트럭이 긴 줄을 만든 채 일렬종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주민 나경연씨(43)는 “아이들도 다니는 길인데 화물차들 때문에 불안하다”며 “주택가 도로가 화물차 주차장으로 둔갑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지역 주택가 도로가 대형 화물차들의 밤샘 차고지로 활용되며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등록 화물차는 총 3만3천633대다. 그러나 화물차 주차공간은 공영차고지 3곳(540면), 공영주차장 17곳(2천134면), 민영주차장 22곳(2천86면) 등 모두 5천560면에 불과하다. 등록 화물차 대비 주차공간은 16.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해마다 화물차 불법주차 단속 건수도 4천~5천건에 이른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화물차는 차고지 등 정해진 곳에서만 밤샘주차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물차가 자정 12시부터 오전 4시까지 1시간 이상 차고지 아닌 곳에 주차할 경우 5일간 운행정지 또는 5만~2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1.5t 이상의 화물차를 등록하려면 차고지를 증명해야 하지만, 대부분 먼 곳 차고지로 등록하고는 주택가 도로 등에서 불법 밤샘 주차를 하는 것이다. 

 

조정재 화물연대 인천본부 사무국장은 “차고지가 너무 없어 불가피하게 불법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 같은 불법 주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하루 빨리 화물차 주차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화물차 주차장 조성이 계획돼 있지만 주민 반대로 늦춰지고 있다”며 “하루 빨리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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