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아침을 열면서] OTT와 ‘나는 신이다’
오피니언 아침을 열면서

[아침을 열면서] OTT와 ‘나는 신이다’

image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대중예술 콘텐츠를 이른바 ‘방구석 1열’에서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온 역사는 일천하다. OTT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16년으로 10년도 채 안 됐으니 말이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 등 기존 미디어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하고 파격적인 소재의 콘텐츠를 무기로 구독자를 늘리면서 일상을 파고들던 OTT는 언제부턴가 대중예술 담론, 미디어 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이는 OTT가 대중예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 못지않게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오스카)에서 OTT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파워 오브 도그’가 감독상을 거머쥔 사례는 글로벌 영화산업을 이끄는 주축이 전통의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OTT 업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제작된 영화가 극장이 아닌 OTT 개봉을 택하는 경우가 흔한 현상이 되고 있다. ‘선 극장 개봉, 후 타 매체 상영’이라는 영화 제작 및 개봉의 기본적인 룰이 깨진 것이다. 2022년 ‘드라마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차지한 ‘오징어게임’도 OTT 오리지널 드라마다.

 

날개를 단 것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던 OTT는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OTT와 토종 OTT의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위기’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러한 OTT를 새삼 주목하게 만든 콘텐츠 하나가 선정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이 프로그램은 8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성폭력, 살인 등 사이비종교와 교주의 추악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사실 사이비종교와 교주 관련 프로그램은 다른 매체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다뤘을 만큼 내용적 측면에선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런데도 유독 ‘나는 신이다’가 격렬한 논쟁에 휩싸인 이유는 콘텐츠의 선정성 때문이다.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알몸 여성들의 음부와 음모가 화면을 채우거나 글로 옮기기도 민망한 성행위 언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 이를 두고 ‘다큐 포르노’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 제작진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담당 PD는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제작 의도를 생각하자면 이번과 같은 형태가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선정성 논란보다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제작의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나는 신이다’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수용자의 몫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OTT 콘텐츠의 선정성 문제를 공론화할 시점이 됐다는 점이다. 지상파 등 다른 방송 매체와 달리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OTT 콘텐츠의 노출 및 표현 수위 등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특히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논쟁이 격화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정책 당국은 ‘있는 그대로’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