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자’는 사람을 줄인 말을 ‘영끌족’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 시기에 부동산이 급등하다 보니 20, 30대 젊은층이 아파트 값이 더 오를까 조바심 때문에 영끌족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천455만원이었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0% 이상인 가구는 21.8%에 달한다. 이는 2012년 조사 기준 8.37%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청년가구 10가구 중 2가구는 연간 총소득의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은행연합회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들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원금상환유예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프리워크아웃(pre workout)’이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개인과 기업 등에 만기 연장, 신규 자금 대출 등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프리워크아웃은 사전 채무조정의 성격으로 부도나 파산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응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워크아웃과는 다르다.
여러 금융회사에 진 빚을 최장 3개월 동안 못 갚는 사람들에게 연체이자 면제와 원금 상환유예 혜택을 주는 이 제도는 2009년 3월 금융위원회가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기관 간 협약을 통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이 모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지나친 압류 또는 경매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금융회사의 협력 형태로 워크아웃제도를 활용했다. 미국의 금융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고 만기를 30, 40년으로 연장하는 형태를 취해 경매 진행에 대한 완급 조절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정부와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주담대 원금상환유예 지원 대상 차주 기준에 현행 실직, 폐업, 휴업, 질병 등 외에도 금리 부담이 가중돼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애로를 겪는 경우를 추가했다. 여기서 금리 부담 판단 기준은 금융위원회가 주요업무 추진 계획 등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DTI를 70% 이상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주담대 원금상환유예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을 현행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 조정해 더 많은 차주의 상환 시 어려움을 경감해 주도록 했다. 특히 임차인들의 전세금 반환 애로사항을 경감해 주기 위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각종 제한을 일괄 폐지한 정책은 서민들의 임대보증금 반환 지연 고통을 반영한 정책으로 높이 평가된다.
이번 금융정책에서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대출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대환 시 기존 대출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금리상승·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기존 대출한도의 감액을 방지하도록 했고 서민과 실수요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대출한도도 폐지했다.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허용하고 주택임대와 매매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허용해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젊은층이 영끌족이 된 건 지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다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원금상환유예제도와 새 금융정책를 통해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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