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머리 아픈데, 다른 검사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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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외래진료를 보거나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환자 또는 보호자가 가끔 하는 질문이 있다. ‘머리가 아픈데 피검사와 가슴검사(흉부 엑스레이, 심전도)는 왜 하나요’다. 다르게 생각하면 교통사고로 차량을 수리할 때 카센터에서 이런 비슷한 질문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보통 뇌졸중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면 병원에서 하는 기본검사가 있다.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흉부 엑스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신속함을 요하는 뇌졸중 치료에서 갑자기 머리가 아닌 다른 부위의 검사를 하게 되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애가 타거나 필요 없는 검사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검사는 뇌졸중 치료에 있어 기초가 되는 검사다. 뇌졸중은 여러 증상이 있으나 가장 대표적으로 △심한 두통 △한쪽 방향의 팔·다리 마비 또는 감각이상 △구토 △어지럼증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뇌졸중 외에도 다양한 질환의 증상 중 하나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 정말 뇌졸중으로 인한 증상인지, 혹은 저혈당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은 아닌지 먼저 감별하는 것이다.

 

또 여러 검사로 뇌경색임이 밝혀졌다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피떡)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개인의 혈액 특성에 따라 혈전용해제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혈액검사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심장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와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하게 된다.

 

심장을 확인하는 이유는 혈전을 유발하는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 증상이 다른 질환의 결과로 보기 어려워 뇌졸중이 의심된다면 CT나 MRI 검사를 하고 경우에 따라 바로 시술을 하게 된다.

 

이처럼 머리가 아픈데도 머리 외의 다른 검사를 하는 이유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신속히 처치를 하기 위함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약 복용도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소염진통제는 위장장애라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를 처방할 때는 위장약을 같이 넣어준다. 하지만 일부 약에 민감한 사람들은 위장약을 임의로 제외하고 약을 복용해 속이 쓰리다며 다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질병의 치료는 의사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가 신뢰관계 속에서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고 한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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