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한 60억달러, 2월은 42.5% 감소한 59억6천만달러로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위축으로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에 부는 반도체 한파가 한없이 매섭기만 하다.
반도체는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우리 경제의 대들보이자 전략산업이다. 반도체 부진으로 지난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475억달러를 기록했고 총수출도 발목이 잡혀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반도체 한파이지만 생각보다 크게 몰아치는 칼바람으로 우리 수출 곳곳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어붙은 반도체 수요로 2분기에는 기업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하반기에 업황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최악의 국면에서 겨우 고개를 들고 회복하는 수준이라 당분간 우리 수출은 반도체 보릿고개를 버텨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최근 정부가 경제 버팀목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나선 것이 굉장히 반갑다. 2042년까지 300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면서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미래차, 우주산업, 2차전지, 로봇 등 반도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일본 등 경제외교 성과가 수출 활력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무역 훈풍의 기대감 역시 높여주고 있다.
꽃샘추위는 초봄에 날씨가 풀린 뒤 다시 찾아오는 일시적인 추위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지금 우리 수출은 경기가 제대로 달궈지기도 전에 꽃샘추위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꿋꿋하게 버텨온 수출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숨 고르기를 하며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정부의 아낌없는 투자와 우리 기업의 혁신 노력이 지속돼 한국 수출의 완연한 봄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