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미 당국이 예금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장은 안정됐다. 그렇다면 옐런은 왜 예금에 대한 안전을 보장했을까? 이는 위기의 진앙이 바로 ‘뱅크런’(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 상황을 보자. 실리콘밸리뱅크는 위험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출하고 예금을 미국의 장기물 국채에 투자했다. 미국의 연준은 2022년 초부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채 장기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가손실만 나는 상황이지 확정손실은 아니다. 즉, 팔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장부상 손실이 아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자 미래를 먹고사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다. 스타트업은 할 수 없이 거래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뱅크에서 돈을 지속적으로 빼갔다. 결국 실리콘밸리뱅크는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국채 장기물을 팔 수밖에 없었고, 평가손실에서 확정손실로 바뀌자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그러자 ‘스마트폰 뱅크런’이 일어났다. 뱅크런인데 스마트폰 뱅크런이다. 그전까지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창구에서 돈을 뽑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큰 금액을 뽑을 수 있다. 문제는 큰돈을 맡긴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의 자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간 데 있다.
결국 실리콘밸리뱅크는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후 중소은행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그리고 미 당국과 연준은 다른 중소은행으로 뱅크런이 번지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실리콘밸리뱅크의 예금을 전액 보장해 줬다.
여기서 왜 하필이면 예금일까?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가 다른 점은 규모를 알 수 없는 파생상품 같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아니라는 얘기다. 뱅크런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채 가격의 하락과 벤처, 스타트업들의 자금 경색이 맞물리며 일어났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대형 투자은행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은행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따라서 파생상품 같은 위험한 상품으로 위기가 발생할 일은 없다. 그런데 이번의 위기는 미국의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가 국채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어난 위기다.
지금은 미국의 예금자가 불안한 상태다. 내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을 실리콘밸리뱅크처럼 보장해 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일어나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위험이 국채가격 하락의 위험에서 다시 뱅크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즉, 뱅크런이 일어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면 국채가격 하락과는 관계없이 바로 은행이 망한다. 이렇게 중소은행이 도미노로 망해 버리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의 진앙은 어디인가? 바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의 자산이 손실을 입고 신용등급 강등 이후 뱅크런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앞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만약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소은행들은 도미노 파산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고 조만간 내리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