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낙검자 수용소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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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4월7일 오전 10시 ‘동두천 구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 촉구 여성·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있었다. 동두천 구 성병관리소 건물은 정부가 1970년대부터 미군 기지촌 여성을 강제로 격리해 수용했던 장소다. 여성들은 매주 두 번씩 있던 성병 검진에서 낙검(성병보균자 진단)되거나 정부에 등록하지 않고 미군을 상대하다가 적발되면 ‘낙검자 수용소’로 불리는 이곳에 끌려왔다. 최근 동두천시는 이 건물을 매입해 이곳 일대와 소요산 주변을 개발하는 ‘소요산 확대개발사업 발전방안’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경기도 기지촌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연구(2020년)’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연구를 통해 국가가 성매매 여성을 단속·처벌·수용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자유를 억압했을 뿐만 아니라 강제 성병검진 의무를 부과하는 등 ‘묵인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여성의 인권을 침해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 여성인권 침해의 현장 중 하나가 바로 ‘동두천 구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다. 2022년 9월 대법원도 관리소를 운영한 국가의 책임을 최종 인정했다. 이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지촌 여성을 대하는 국민의 편견은 여전히 공고하다. 그리고 여성인권 침해의 사실들을 역사에서 지우고 싶어 한다. 동두천시가 수년간 방치된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없애려고 하는 것도 그런 역사 지우기일 것이다.

 

동두천구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우리의 어린 누이가 ‘외화벌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인신매매, 성병, 성폭력, 임신과 유산, 아이와의 강제 결별, 약물 중독, 주변 여성의 자살과 타살, 국가와 사회의 배신을 경험했던 곳이다. 그들의 경험은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이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은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은 것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필 때 기지촌 여성의 역사를 빼놓는 것은 반쪽짜리 역사다. 그런 점에서 동두천구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를 ‘경기도 여성인권평화박물관’으로 조성해 활용하는 것은 온전한 역사에 다가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기지촌 여성의 역사를 ‘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 역사의 진실에 침묵했다. 그렇게 동두천 구 성병관리소의 진실은 사라질 뻔했다. 이제라도 동두천구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를 경기도 여성인권평화박물관으로 조성해 기지촌 여성과 기지촌의 역사를 기록하고 교육하는 인권과 평화의 장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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