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버스에 봄의 정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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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버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식장에 가는 경우처럼 같은 목적을 갖고 가는 길이라면 혹 버스 안에서 지인을 만나는 경우가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시내버스에서도 아는 사람을 만난 일은 없다. 그리고 도시의 익명성으로 인해 버스 안의 승객은 모두 낯선 타인이다. 나는 시내에 나갈 때 승용차를 갖고 가지 않고 으레 시내버스를 탄다.

 

시내버스에 오르면 특별히 창밖 풍경을 살필 일도 없다. 자주 지나는 길이라 어떤 관공서가 있고 어떤 상점이 있는지 다 알기 때문에 내릴 곳을 찾으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운전할 필요도 없고 알아서 실어다 주겠지 하고 기사를 믿고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는다. 세상에 제일 편한 곳이 시내버스 안이다.

 

봄이다. 비 온 뒤 하늘은 맑고, 가로수 은행나무에도 봄의 정다움이 가득하다. 거리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봄의 기운을 빌려 인사하고 싶다. 그것이 봄의 힘이다. 실제로 나는 우리 집 동네 골목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한다.

 

행궁동 안에 있는 문인협회에 가기 위해 수원역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올라서면서 빈자리가 있는지 둘러봤는데 승객이 반도 차지 않아 버스 안이 휑하다. 그런데 세상에! 둘이 앉는 좌석에 모두 통로 쪽에만 앉아 창 쪽 자리만 비어 있다. 통로 쪽에 줄 맞춰 앉아 있고 창 쪽은 줄 맞춰 비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이 몸을 틀면서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할 것이다. 차라리 서서 갈까? 통로 쪽에 앉은 사람 가까이 다가가 서 있어도 앉은 사람은 꿈쩍도 않는다. 아마 가까운 곳에서 내릴 것이니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 규모 세계 6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다. 선진국이라 불러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이제 버스 착석은 안쪽 자리부터 앉는 전 국민 문화운동을 전개하자. 다음 정거장에 내리는 사람도 자리가 비었다면 당연히 안쪽 자리부터 앉아야 한다.

 

낯선 사람이 모인 곳에서의 에티켓은 더욱 아름답다.

 

모든 국민이 안쪽 자리부터 앉는 날 세계 1등 문화국민이 될 것이다, 그날 봄의 정다움이 버스 안까지 마음껏 들어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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