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는 단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은 반투명한 놀음이다.
흙과 씨앗으로 가득한 심장의 격정이 허공에 쌓인 건축물이다.
척박하다 한들 뿌리내려서 수액 빨아올리고 영양을 섭취한다.
어쩜 과감하면서도 단순하게 세상과 어우러지는지는 풍경이다.
손가락사이로 도망치는 사랑을 흙에 잡아두기 위한 주문이다.
청보리는 초록 언덕에 사랑이 몰린 봄밤의 콘서트장 카페이다.
김어진 시인
2017년 계간 ‘피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항아리 속의 불씨’,
‘북은 수염의 침대에 자다’, ‘그러니까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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