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언어에도 새로 고침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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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장

언어는 상대를 전제한 행위다. 우리가 말을 하는 이유는 상대에게 들리기 위해서다. 결국 언어는 나를 향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향하는 일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을 형성하고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언어는 사용을 통해 습관화되면서 감수성이 무뎌지는 특성이 있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언어 표현은 없는지 감수성을 가지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예민하게 구는 것은 어려운 것이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언어에 숨어 있는 불평등과 차별의 요소를 걷어낼 때다. 차별적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은 일상의 차별 감수성을 높여줄 것이고, 더 행복하고 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매일매일의 언어 표현이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차별적인 기존의 단어를 보다 평등한 단어로 대체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어의 ‘미즈(Ms.)’다. 영어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미스터(Mr.)’로 불리는 반면 여성의 경우 기혼 여성은 ‘미시즈(Mrs.)’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미스(Miss)’로 구분됐다. 이 같은 차별적인 관행에 대응하고자 생긴 언어가 바로 ‘미즈(Ms.)’로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여성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한국의 경우 반대로 성 중립적인 명칭에 남성에게는 사용하지 않지만 ‘여배우’, ‘여감독’, ‘여기자’, ‘여검사’ 등 ‘여’라는 성별을 붙임으로써 차별을 낳기도 한다.

 

언어는 지속적으로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 표현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으며 상대의 감수성에 어떻게 들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너무나 일상적인 차별이라 차별인 줄도 모르고 이뤄지는 우리 일상에 숨은 차별의 언어 문제에 감수성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희망적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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