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천적 과제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면서 만들어갈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논쟁이 필요 없고 사회가 방향을 합의한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실행력을 높여 실험과 수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의 관성과 어떻게 부딪히는지 발견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의 속도와 규모도 사회와 경제의 무게중심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총량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하나의 과제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력화 추세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제다.
의미 있는 총량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방법은 일반적인 확산이 가능한 공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 그 마음에는 위기의식, 도덕 감정, 나와 우리, 너희들의 이익, 이념적 잣대로도 치우침이 크지 않다는 시민들의 생각과 판단이 버무려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인구의 90% 이상이 입체화된 도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생산은 단순한 수평투영면적만으로 공간 활용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도시의 다중목적 토지(공간) 이용에 정확히 부합한다. 지상 주차장과 주차타워, 건물 옥상, 도로 방음터널과 방음벽,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자전거도로, 체육관 지붕, 운동장 펜스, 쉼터와 정류장, 이제는 건물의 벽면까지 도시의 많은 목적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준다. 멀리서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력을 고압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생태 파괴와 주민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끌어올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저장장치(ESS)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전력망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자기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직접 생산자로 참여함으로써 전력 소비 효용과 전력 판매를 통한 이익 나눔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소비 지출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시설은 대부분 지역 시민들의 공동소유로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지난달 경기도가 발표한 ‘모든 공공기관 RE100 달성’은 이런 측면에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도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공유재산 공간에 도민참여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생산한 깨끗한 전력을 공공이 조달해 사용하고, 조달을 통한 공공지출이 도민들의 직접적인 기회 소득을 보장하고, 발전시설은 ‘시민공기업’ 협동조합이 공적 통제를 통해 공동체 자산으로 운영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의 구체성과 도민의 마음 둘 다 얻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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