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0억5천만원 투입... 추위 약한 수종 가로수 이파리 텅텅… 예산 낭비 지적 市 “가로수 테마거리 조성에 노력”
“가로수에 이파리가 하나도 없는데…이곳이 배롱나무 명품 특화 거리라고요?”
31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양로. 시가 3년간 조성한 ‘배롱나무 명품 특화 거리’ 중 한 곳으로 도로 옆 인도를 따라 배롱나무가 줄지어 있었다. 한창 초록빛 잎사귀가 나무를 무성하게 덮어야 하는 시기이지만, 배롱나무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채 초라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양로 200여m 인도를 따라 25주의 배롱나무 중 20주의 나무가 바싹 말라 있거나 일부 가지에만 겨우 잎새가 돋아난 상태였다. 송남성씨(72·여)는 “배롱나무를 볼 때마다 속상하다”며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어놨으면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할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팔달구 동말로 일대의 배롱나무도 가지만 앙상했다.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를 직접 만져보니 툭 하고 부러졌다. 이미 고사했거나 고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수원특례시가 3년간 조성한 ‘배롱나무 명품 특화 거리’의 배롱나무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어 고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한 수종이기 때문에 중부지방에서 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시에 따르면 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총 10억5천여만원을 들여 화양로 등 6개 노선 총 3.7㎞ 구간에 배롱나무 가로수 608주를 식재하고 배롱나무 명품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배롱나무 거리는 ▲동말로(720m/117주) ▲화양로(1천100m/240주) ▲덕영대로803번길(700m/115주) ▲고매로(450m/54주) ▲덕영대로735번길(150m/26주) ▲효원로(600m/56주) 등이다.
하지만 잎이 무성해질 시기인 5월이 지났음에도 배롱나무 거리에 심어진 가로수 중 일부는 잎이 전혀 나오지 않아 고사로 추정됐고 일부는 잎이 10% 정도밖에 돋아나지 않았다.
김철웅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겸임교수는 “배롱나무는 영하 17~18도 이하가 되면 동해 피해가 매우 큰 추위에 약한 품종”이라며 “여기에 바람의 세기에 따라 체감온도가 더 떨어진다면 중부지방인 수원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수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직 잎이 안 났다면 동해로 죽었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원의 연중 최저기온을 보면 2021년엔 영하 18.4도까지 떨어져 매우 추웠지만, 배롱나무 심기 사업은 지난해까지 계속됐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지속적인 한파와 증가한 제설제 살포량 등으로 배롱나무가 견디지 못했다”며 “앞으로 가로수 테마거리가 될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