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소프트 파워,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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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 한국지부장·카타르 민간대사

소프트파워 또는 연성권력(軟性權力)은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고안한 개념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이는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경성권력)를 통해 상대를 위협하고 강제하는 힘과 대조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04년 저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이 개념을 국제정치학적으로 더욱 발전시켰고 오늘날 소프트파워는 국가 브랜드, 문화 관계, 공공외교 등 여러 개념으로 확장되며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조지프 나이는 20세기 국력이 강압적인 힘에 기반을 두었다면 21세기 국력은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의해 형성된다며 우리는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소프트파워는 물리적인 강압이 아니라 상대 스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중요한데 결국 국가의 마케팅과 브랜딩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동의 걸프 국가들에 있어서 소프트파워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 즉,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가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의 많은 국가가 각각 국가 비전을 선포하며 소프트파워를 구축하고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 및 투자 유치, 그리고 마이스(MICE) 산업 또한 소프트파워 구축을 위한 주요한 일환이다.

 

2020 두바이 엑스포와 COP28 개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는 국제사회에 헌신하고 문화적 역량을 키워 가는 국가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걸프국가 중 가장 먼저 소프 파워를 구축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데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관광산업지로 일찌감치 두바이를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아부다비에는 루브르 박물관을 건립하고 각종 스포츠 행사 및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관광 산업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동의 선전은 눈에 띈다.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는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매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시장에서 121개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지표다. 2023년 글로벌 소프트파워지수에서 아랍에미리트가 중동 국가 최초로 세계 소프트파워 순위 10위 안에 진입을 했는데 2022 두바이엑스포 같은 메가 이벤트를 치르면서 진화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특히 COP28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엑스포 레거시를 적극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준비해가는 모습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헤이그는 아랍에미리트가 이처럼 높은 순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비즈니스 및 무역 분야에서 다른 국가보다 앞서 출발했다는 점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원조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 받았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중동 걸프국가들이 경제 다변화에 성공,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을 갖춰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K-컬처를 앞세운 대한민국은 15위다. 다양한 기술 문화 융합의 시도로 더욱 분발해야 되는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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