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0일 파주 임진각평화누리에서 ‘2023 경기여성 DMZ평화걷기’가 있었다. ‘정전 70년, 평화를 향한 경기여성행진’을 슬로건으로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6·25전쟁납북자전시관 앞에서 출발, 임진강역 맞은편 경기평화누리 자전거길을 따라 장남교 방향으로 돌아 드나들기를 거듭해 통일대교 남단에 이르렀다. 이곳을 분기점으로 6·25전쟁납북자전시관 앞에서 마무리한 약 9㎞ 거리를 걷는 하루 행사였다.
‘걷기’의 동인은 첫째, 2015년 5월24일 세계 16개국에서 모인 30명의 국제 여성평화운동가들이 당시 북측에서 출발해 통일대교를 넘었던 ‘2015WomenCrossDMZ’다. 2016, 2017, 2018년 전국 또는 국제행사로 이어와 한반도가 생명·평화·희망의 땅이 되기를 열망하는 여성들 행진의 참여 경험이다.
둘째, DMZ를 경계한 지역적 특성과 여성·평화 의제 연결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의식에 다양한 경기도내 여성단체 등이 연대하는 경기여성네트워크에서의 공감대 형성이다. 이는 기획, 준비, 참여 대상을 경기도에 집중하는 배경이 돼 2019년 ‘경기여성 DMZ평화걷기’로 연결해낸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의 공백을 거쳐 2022년과 그리고 올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걷기’의 단순함에는 1997년부터 지속된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와 70년간 머물러 있는 정전협정이 아닌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가 또다시 전쟁의 참혹함과 맞닥뜨리지 않길, 항구적인 평화체제 실현을 염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도 평화안보정책 담론에 DMZ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집중해 70여년을 평화안보 이슈로부터 배제됐던 여성의 삶을 주체로 두고 본다면 아주 가까이 나와 내 이웃의 일상이 보일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지뢰 및 불발탄 피해자 가운데 여성이, 탈북민 가운데 여성이, 그리고 기지촌 내 미군 위안부 문제가 경계 넘어 달리 구성되고 일상의 안녕을 위한 정치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것이다.
무엇이 평화안보정책이며 무엇이 여성평화 의제인가에 대한 지역화 담론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어야 하지 않을까? ①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조례 실효적 조치 마련 ②탈북 여성을 위한 자립 기반 지원 확대 및 경기도 특화사업 확대 ③경기도 여성평화안보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④경기도 지뢰 및 불발탄 피해 여성 전수조사와 지원 근거 조례 마련 ⑤남북 여성 교류 확대를 위한 경기도의 노력과 아시아 여성 평화심포지엄 정례화 ⑥경기여성 DMZ평화걷기 정례화는 이번 걷기 참가자들의 손에 들려 만장처럼 흩날렸다.
그리하여 내년 5월 어느날에는 작은 플래카드의 문구가 온전히 ‘걷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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