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 코앞인데… 쓰레기통 된 배수구·빗물받이 [현장, 그곳&]

플라스틱·비닐·담배꽁초 등 가득... 작년에도 역류·침수 제 역할 못해
전문가 “하수 관련 시설정비 시급”... 지자체 “모든 빗물받이 관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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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거리에 설치된 빗물받이가 쓰레기와 식물 등으로 막혀 있다. 장마철을 앞 두고 도내 거리의 빗물받이, 배수구 중 일부가 이물질로 막혀 있어 집중호우 시 역류가 우려되고 있다. 홍기웅기자

 

“빗물받이가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항상 막혀있어요. 큰비가 오면 역류할까 걱정입니다.”

 

19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길목에 설치된 빗물받이.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배수구 역할을 하는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50여개와 플라스틱 음료수병, 과자 봉지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인근 식당과 주택가에 설치된 빗물받이에는 고무판으로 입구가 아예 차단돼 있었다. 주민 임민식씨(50대)는 “지난해 비가 많이 내렸을 때, 이 일대의 빗물받이가 막혀 물바다가 됐었다”며 “배수를 돕기 위해 만든 빗물받이를 덮개로 막아두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가들이 있는 골목길 100여m 구간에 빗물받이 10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8개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으로 막혀있거나 쌓인 쓰레기봉투로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침수 피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도로변의 빗물받이와 배수로 등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날 환경부 등에 따르면 빗물받이는 도로 측면 배수구에 배치해 우수 또는 노면 세척수를 하수도에 유입시켜 주는 시설물로 도내 약 61만개가 설치돼 있다. 

 

지난 2021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담배꽁초나 비닐 같은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았을 경우 역류 현상이 나타나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빗물받이가 3분의 2 정도 가려진 상황일 때, 침수 피해 면적이 최대 3배가량 넓어졌다. 

 

특히 올여름 엘니뇨 발달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심 내 빗물받이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도시 침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하수관로의 시작인 빗물받이를 막힘없이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수 관개 시설 정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마다 수천 개가 넘는 빗물받이를 한정된 인원이 전부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를 겪고 있는 곳의 빗물받이는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한 하수도시설 관리현황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지자체별로 빗물받이 관리현황을 점검하고 ‘빗물받이 청소 주간’ 실시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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