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삼킨 경기도민 안전…표지판•신호등 가려져 ‘위험 속출’ [현장, 그곳&]

도로변 곳곳 무성… 차선 급변경 등 안전 위협
‘가로수 관리’ 명시적 규정 없어 대처 어려워
지자체 “민원 들어오면 신속히 가지치기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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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로 가려진 도로표지판. 김시범기자

 

“가로수가 표지판을 가리고 있어서 글씨가 보이지 않아요.”

 

20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고천동의 경수대로. 왕복 10차선 도로인 이곳은 출근길 교통량이 많아 차량 정체 시 추돌사고 위험이 큰 구간이지만, 교통안내 표지판들이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속도제한 표지판과 신호등도 무성한 가로수에 숨겨져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다. 이곳 도로를 이용해 매일 출퇴근 한다는 이효수씨(가명·58)는 “가로수에 표지판이 가려져서 주행속도가 60㎞인지, 80㎞인지 모르겠다”며 “표지판 앞까지 다가가야 겨우 글씨가 보이는 경우가 많아,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려다가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일대를 둘러본 결과 가로수 잎들로 감춰진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원근(가명·70)씨는 “내비게이션이 익숙하지 않아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보면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잘 안 보이는 곳이 많아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도로 주변 가로수가 도로 교통표지판과 신호등 등을 가리면서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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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로 가려진 도로표지판. 김시범기자

 

가로수 관리와 관련된 규정은 도시 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시행령에서는 도로표지가 가려지는 지역과 신호등 등 도로안전시설의 시계를 차단하는 지역에는 가로수를 심으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가로수 관리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가로수가 도로환경에 영향을 줄 경우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가로수의 생육이 활발해지는 봄과 여름 사이에 가로수 정비를 하고 있지만 수천개의 가로수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가로수 정비사업 계획에서부터 가지치기에 대한 관리 일정을 세우고 수시로 정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화 경기대학교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가로수가 교통시설물을 가리게 되면 운전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돼 교통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로수의 잎이 무성해지는 봄과 여름철에는 지자체가 가지치기 등의 정비 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고 다발 지점과 어린이・노인보호구역 등을 중심으로 신호등과 교통안전표지를 가리는 가로수를 우선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그 외의 곳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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