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박목월의 나그네 시 한 구절은 낭만 그 자체다. 그런데 대한민국 수도권의 출퇴근 시간에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는 말 그대로 교통지옥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수도권 교통체증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까? 수도권을 포함해 중심 도시들의 교통체증 문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필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관선 단체장에서 민선 단체장으로의 전환, 즉 지방자치행정의 정착이 그 첫 번째 이유라고 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993년과 1995년 지방자치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시행됨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해 지방도시들의 지역 정체성 찾기와 지역개발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개발 최우선 정책으로 흐르게 됐다. 치밀하게 설계된 사통팔달 교통망 정책보다는 일단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역 간의 경쟁적 난개발로 이어졌고 그 이후라도 교정을 했어야 하는데 지방화시대라는 명목하에 교통망 확보와 개발정책은 보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두 번째는 도심의 아파트 공화국 형성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현재의 교통체증의 원인이 됐다. 도심부는 저층 건물들이 고층 건물로 탈바꿈하고 기존의 주거지는 고밀도 고층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건설되면서 수도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으로 변모했다. 수도권 외곽은 수도 서울의 인구 포화 상태를 분산하기 위해 신도시 개발을 했지만 주로 베드타운 형성으로 도로와 철도 등 교통기반 시설은 시차를 두고 만들어지다 보니 현재의 교통대란 수준에 이르게 됐다. 당장 주거만을 위한 신도시만 있고 교통기반시설은 뒷전인 것이 현실이었다.
세 번째는 대한민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아울러 성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이카시대가 도래하면서 교통체증과 주차대란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과거에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에서는 가구별 주차장 확보가 필수 의무는 아니었다. 그나마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아파트 평수별로 주차 대수 규모를 정하는 형태로 조성돼 아파트 주차 부족은 단독주택 주차부족보다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마이카 시대와 주차장 부족 대란은 교통체증 심화의 정점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대한민국 교통정책은 자동차 위주의 정책이었고,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둬 주로 자동차도로 건설을 해왔고 도심지 대형건물마다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확충하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승용차를 도심지로 불러들였다. 이제는 차를 끌고 서울 사대문에 들어서면 교통세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는 실정이 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도권 교통지옥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부는 45조원 규모의 ‘도심 철도 지하화’를 위해 ‘철도 시설 지하화 및 상부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재원 조달 등 산적한 문제도 있다. 그러나 지상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의 수도권 외곽 김포골드라인 교통 혼잡이나 2기 신도시 화성 상습 정체, 강남의 출·퇴근시간대 교통전쟁은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수도권 교통대란의 대안은 결국 GTX(수도권광역급행전철) 신속 건설이다. 필자도 정부의 철도 시설 지하화와 맥락을 같이하지만 우선은 GTX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지하철도를 통해 지상 교통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차를 끌고 나가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교통지옥을 더 이상 경험하지 않도록 정부의 교통마스터 플랜과 신속한 시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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