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통행금지 안전띠 유명무실, 경고문 무시… 시민 산책로 이용 사고 발생해도 관리·감독 부실... 지자체 명확한 ‘범람 대응’ 필요 道 “현장점검 통해 철저히 통제”
“띠 하나 달랑 걸친다고 통제가 됩니까?”
11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일대 하천 산책로. 지난 밤부터 내린 비 탓에 흙탕물로 변한 하천은 금방이라도 산책로까지 넘칠 듯 불어나 있었다. 자칫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휩쓸려갈 듯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하천 입구엔 통행금지를 알리는 안전띠 한 줄이 걸려 있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띠를 넘어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안전띠가 없는 갓길과 안전띠가 끊긴 입구를 이용해 하천에 들어가는 시민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갓길을 통해 산책로로 향하던 배은수씨(가명·41)는 “막아둔 곳이 아니어도 입구는 많아 그냥 들어갈 수 있다”며 “비가 많이 와 입구를 통제했다고 하는데 띠 하나 달랑 걸쳐 둔 것이 제대로 된 통제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과 의왕시 청계동의 하천 역시 마찬가지. 하천 곳곳엔 빗물과 범란된 물에 쓸려온 풀과 나무, 쓰레기 등 부유물이 곳곳에 모여 있었다. 누런 흙탕물로 변해 불어난 하천 입구엔 ‘강우 시 통행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표지판이 무색하게 안전띠가 훼손돼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하천에 들어가고 있었다.
여주의 한 하천에서 산책로를 걷던 75세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등 연이은 폭우로 경기도내 하천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통제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은 폭우 시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물살이 빨라 고립 및 침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로 하천 범람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명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많은 비가 내리면 하천이 범람해 강변 산책로를 덮치는 등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산책로 출입구에 통행 금지선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쉽게 훼손돼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관계기관은 철저한 통제와 함께 사고 사례를 활용해 폭우 시 하천의 위험성을 알리고 시민들은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하천 출입구에 재난 안전선을 설치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뚫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을 위해 현장점검 등으로 하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재난문자 등을 통해 하천 범람 및 침수 위험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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