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하인들’을 떠올리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의 하나로 ‘가사·돌봄 서비스 인증기관을 통해 한국어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 가사근로자로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겨레신문 5월23일자 “고용부 외국인 가사노동자, 거부감 적은 국가부터” 헤드라인 기사 내용의 일부를 발췌했다. 대통령 또한 저출생 대책 가운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과 서울시도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이때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명백히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의 여성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육아도우미 고용 시 대략 월 200만~300만원이 든다면 외국인의 경우 월 최대 70여만원 수준이라는 것을 도입 배경으로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해 9월 국무회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이 뉴스를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속칭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재생산노동의 당사자로, 가난한 필리핀의 여성들이 먹고 살아갈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비용을 벌 수 있는 통로로 이주노동을 하게 됨과 동시에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자국 내 더 가난한 여성이 맡게 된다는 구조적 문제를 기록한 ‘세계화의 하인들’(라셀 살라자르파레냐스·문현아(역))이다.
여기에는 성 역할 고정관념과 빈곤, 즉 젠더와 계급이 여성을 어떻게 결박하는지를 국가와 국가를 넘어 이뤄지는 ‘세계화의 하인들’을 사례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벌어지는 ‘싼값의 노동대가’를 언급하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IMF 경제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코로나19까지. 우리는 남성주생계부양자모델을 주된 가족정책으로 더 이상 쓸 수 없는 사건과 만나 왔다. 여기에는 아이를 낳아 안전하게, 충분한 양육조건이 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 있었지만 사회적 성찰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 저출생 비율이 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함께 노동하고, 돌보고, 쉴 수 있는 생활터전이 마련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남성이 육아에 당연히 동참하도록 사회·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출산, 육아휴직 등 모부성권강화제도가 중소기업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70만원이라는 싼값’을 강조하며 더 가난한 나라의 여성에게 가사노동을 맡기겠다는 저급함이 결코 저출생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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