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지향해야 할 것

전쟁이 종료되고 70여년이 경과되는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빈곤했고 국제적 위상도 극히 낮았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최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군사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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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우방 국가와의 동맹도 갖지 못했고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해 국제사회의 미아와 같았던 국가는 전쟁 이후 미국과의 동맹 체결을 성사시키면서 지금은 재래식 군사 위협뿐 아니라 핵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맹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그러고 보면 조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지 벌써 78년이 지났다. 우리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순전히 강대국의 권력 정치에 의해 국토의 허리가 잘리고 민족이 나뉘어 살면서 서로 총검을 겨누게 된 때로부터 한 세대 이상이 경과한 것이다.

 

통일신라 이후 우리 민족은 1천300년이란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왕조 교체는 있었으나 끊이지 않고 하나의 통일국가를 형성해 살아 왔다. 이러한 오랜 전통이야말로 외세의 잦은 침략에도 불구하고 한민족 스스로 유지시켜 온 정신적 바탕이었으며 강인한 민족주의의 단결된 힘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남북 분단은 유구한 민족사의 흐름 속에서는 하나의 예외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남북 분단의 비극과 고통은 우리 역사의 큰 물줄기에서 볼 때 하나의 짧은 굽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통일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분단의 현실에 안주하려는 심리적 분위기가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싹틀 위험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어느 역사학자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분단 시대라 이름 지으면서 국토와 민족이 나눠졌다고 해서 이에 자족하는 사고가 사회에 전파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확실히 우리는 분단 시대에 살고 있다. 민족이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고 군사적으로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적대적 분단 시대에 온 국민이 슬기를 모아 마침내 통일을 완성해 하나의 민족 단위로서 세계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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