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청년과 현재의 청년.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공감대가 있을 테고, 곧 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 차이가 있을 터다. 청년층만의 생기 넘치는 도전정신과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자신의 취향을 알고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며 ‘나만의 인생’을 사는 점에선 지금의 청년층이 더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청년만의 장점을 합쳐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이들이 있다. 외로운 이웃을 보듬고, 1차 산업 부흥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며, 신(新)기술로 새로운 창업 시장을 연 주인공들이다. 경기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우리 지역을 살리고 있는 동네 청년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남양주시 송주현 청년단체 소소 대표·지역활동가 "고립 청년 돕기... 분주한 나날"
“더 많은 지역의 고립 청년을 세상 밖으로 꺼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청년단체 ‘소소’ 대표이자 지역 활동가인 송주현씨(31)는 남양주 지역에서 ‘고립 청년’을 위해 하루하루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소는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는 평범한 목표를 품고 있다. 외로운 지역 청년들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서로만의 취미 활동도 개발한다. 지역에 기여한 활동을 인정받아 송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와 남양주시에서 각각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주현 대표는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어 지역 청년들끼리 소소한 모임을 가지던 게 시작이었다”면서 “출퇴근에 지친 청년들이 모여 소소한 활력을 얻는 것을 보며 지역의 ‘1인’, ‘혼자’인 청년들과 ‘같이’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저 역시 한때 ‘고립 청년’이었다”는 송 대표는 “건강상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뒤 진로 고민에 빠져 우울감이 심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한 채 1년 정도 집에서만 생활했다”면서 “그때 주변 응원을 받으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꼈다.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여있는 지역성’이 청년들을 고립 상태로 내몰 수 있다며, 같은 청년으로서 공감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역 청년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특유의 지역주의로 토착민들끼리 끈끈한, ‘끼리끼리’ 문화가 더러 있다”며 “이런 점에서 새로 유입된 청년들은 지역에서 어디든 속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남양주는 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해 직장은 타지, 거처만 지역에 두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는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런 때일 수록 지역엔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지역을 위해 뛸 수 있는 청년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청년 활동가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지역 소멸 위기인 시점에서 지역 청년 활동 양성은 절실하다며, 이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젊은 인재 양성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중요한 대안 중 하나”라며 “청년들이 지역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다. 고물가, 취업난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에 놓인 청년들, 특히 홀로 자취하며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지역 활동에 시간을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가 아닌 지역 활동가로서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지역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한 청년으로서 같은 청년들의 ‘고립’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특례시 박진원 농업 유통망 플랫폼 '싹모아' 개발자 "안전한 농산물 유통, 경제 활력"
용인에서 활동하는 박진원씨(31)는 농가 직거래 기반의 제철 농산물 공동구매 커머스인 ‘싹모아’를 개발했다. 이달 안에 시중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싹모아’는 경기도내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재고 없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부터 배달 시장의 가능성을 본 박씨는 “2020년도부터 포장 음식을 주문하는 서비스 앱에 관심을 갖고 개발해왔다”고 전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회사에서 1년 가량 근무한 경험을 살려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적은 자본으로 덤벼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춘의 패기로 대출까지 받아 개인 돈을 4억원 가량 투자했다가 수익은 보지도 못하고 2년 만에 문을 닫았다”면서 “다른 사업을 구상하던 중 용인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던 지인에게 계란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던 것이 지금 사업의 시작점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은 공동구매 형태였다. 2개월 동안 500여 팀을 모집해 판매에 나섰다. 그는 “당시 엄청난 성과는 아니었지만 시장성이 있다는 건 검증하게 됐고, 농산물 자체가 공동 구매라는 특성이 가장 맞다고 판단돼 농가 직거래 기반의 제철 농산물 공동구매 커머스를 준비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마진은 최대한 줄이고 판매하는 수량을 늘리겠다는 전략. 공동구매를 해서 가격을 다운시키는 방향으로 판매하면 된다는 전략. 두 가지다. “농산물은 가방이나 자동차처럼 브랜드 영향도 안 받고, 오로지 신선함과 저렴함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는 농가와 직거래하는 것, 공동구매라는 결제 방식”이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그는 양계장이 속해 있는 협동조합의 도내 다른 농가도 소개 받아 콩나물, 감자 등 품목을 넓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용인시에 위치한 상당수 농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 지역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청년 창업 사업인 셈이다.
박씨는 “농산물이라는 게 입소문이 크다. 공동구매 커머스에 좋은 농가가 들어와야 상품이 많이 팔린다. IT 개발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플랫폼 안에 어떤 농가를 들여보낼지, 일정한 양을 생산할 수 있는지, 공급량 등이 중요하더라”면서 “개발 기간 동안 사전 영업을 진행해 농가들에 입점 제안을 준비 중인데, 공동 구매가 재고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농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안전한 농산물을 알리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공동구매 커머스가 되길 바란다”며 “농업인의 안정적 영농 경영을 돕고 지역사회와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는 공동구매 플랫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안양시 이대범 신기술 안경 렌즈 창업자·㈜셀젠 대표 "김서림 렌즈 개발...차근차근 성장"
올해로 창업 3년차다. 안양시지식산업센터에서 신(新)기술을 입힌 김서림 방지 렌즈를 개발·유통하는 ㈜셀젠의 이대범 대표(31)는 안양 만큼 ‘창업하기 좋은 도시’는 없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조업이다 보니 서울권에서는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박 대표는 처음부터 안양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지역 인프라와 지리적 위치 등이 장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안양에 광학 렌즈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경기도와 서울을 아울러 영업하기에 위치적으로 좋다고 느껴 터를 잡게 됐다”는 이 대표는 “경기도와 안양시를 통한 지원도 잘 되어 있고 청년 기업 간 협업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셀젠’은 김서림 방지 안경렌즈를 개발하는 회사다. 기존에 김서림 방지용 스프레이나 약품 등은 있었지만 지속력을 갖춘 김서림 방지 렌즈는 없었다. 지난해 김서림 방지 렌즈 출시 5개월 만에 전국 주요 상권에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최근 300호점을 달성했다.
처음부터 잘 됐던 건 아니다. 안경사로 일하는 가족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캐릭터 안경 케이스와 안경원에서 렌즈를 깎을 때 사용하는 기계의 미세플라스틱 여과 필터를 생산해 저렴하게 판매했다. 렌즈 개발을 하는 동안 수입을 유지했던 것.
하지만 ‘젊은 청년’이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다. 소상공인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소상공인의 날 행사에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지역에서 4명의 직원까지 고용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많이 썼기 때문에 김서림 방지 렌즈가 배달노동자나 급식노동자 등 소상공인에게 유용했다”며 “소상공인들이 일할 때 김이 서려 어려움이 많았지만, 안경을 착용하는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표창을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열정 많은 30대 청년 대표는 아직 목마르다.
이 대표는 “처음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창업을 시작했지만,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다보니 이 산업에 있으면서 노하우도 쌓고, 후배 기업을 양성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우리 지역에서 진정한 청년 창업 육성의 방향을 보여주며 노하우를 쌓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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