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교육계의 문제점과 교사들의 교권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라는 법적 근간에서 비롯된 문제에 대해 논의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공정하고 안전한 학습환경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첨단 교육자료와 정보기술(IT) 등의 인프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교사들 역시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사에 대한 존경심인 교권은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넘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학생인권조례라는 법적 근간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교육계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령이지만 이로 인해 교사들의 교육과 교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 교육의 중심 가치인 교권의 흔들림으로 인해 부속 가치들도 혼란스럽고 최근 5년간 교사가 학생 학대 혐의로 고소·고발 당해 수사를 받는 사례가 1천252건에 달하며 교사들의 권한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계가 온통 특정 이념의 이항대립 구도, 현대사에 대한 해석의 편차, 수월성 교육과 보편성(평등성) 교육 등에서 진영 간 삿대질하는 혼탁한 상태이며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원로들은 주저하며, 젊은 교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교육계에 있어서 회의 구루(Grue·스승, 정신적 지도자)는 어디에 있는가?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잘 자라듯 청소년들은 교사의 자장권을 통해 가치관이 삼투되고 꿈을 키우며 자라난다. 따라서 청소년의 인성과 가치관 형성에 ‘초두효과’(처음 접했을 때 뇌에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된 정보보다 기억에 잘 남는 현상)는 매우 중요하며 왜곡된 정보와 가치관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역기능인 ‘닻 내리기 효과’(닻을 내린 배가 크게 움직이지 않듯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되는 현상)의 부작용이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권 추락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있다.
또 가정교육의 기능 약화가 교육계의 혼란에 상승 작용하고 있어 가정과 교육계 사이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학부모들의 과열된 교육열과 교사들의 교권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노력해 가정에서도 밥상머리 교육과 온돌방교육이 요구된다.
프랑스 속담에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라고 했다.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는 수십년 곰삭아 나오는 진액과 같아 자녀 교육의 자양분이자 화수분이 된다. 자녀에게 친근감의 원리는 심리·정서적 면에서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탈무드에 따르면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보낸다’고 하지 않았는가. 필자는 학생인권조례가 어디가 약이고, 어디가 독인지 의회 차원에서 교육계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혜롭고 현명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선생님들의 교권을 지켜낼 것이다.
비극적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서이초 교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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