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근로자임대아파트 인력 감소에 입주민 ‘0명’ [현장, 그곳&]

산단 인력 유입 위해 운영했지만 주거환경 열악… 입주자들 외면
전문가, 생활SOC시설 변경 제안... 市 “효율적 활용 방안 고민 중”

지난 6월 입주자 2명이 마지막으로 떠난 인천 서구 가좌동 인천시근로자임대아파트의 출입구가 잡초만 가득한 채 굳게 닫혀있다. 박귀빈기자

 

“공장 다니던 근로자들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유령 건물에 불과합니다. ”

 

10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인천시 소유의 근로자임대아파트. 아파트 이름인 ‘낙원’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낡은 아파트 벽 곳곳 페인트 칠이 벗겨져 있다. 대문 앞 관리사무소에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아파트 외벽 색은 바래 멀리서 봐도 우중충 해  폐건물을 연상케 한다. 아파트 간판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 잡초가 무성하다. 아파트 주변 골목길에 빼곡히 들어선 차량과 공장이 스산한 분위기만 내뿜는다. 최근 이곳에 살던 마지막 입주자 2명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이젠 바리케이트로 막혀 있다.

 

주변 공장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김석건씨(49)는 “예전에는 아파트 주변에 매점도 있고, 사람들도 많이 살았다”며 “어느 순간부터 주변 가게들이 다 문을 닫더니,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건물’이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1~2명씩 줄더니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아 더 흉흉한 느낌만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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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입주자 2명이 마지막으로 떠난 인천 서구 가좌동 인천시근로자임대아파트의 출입구가 잡초만 가득한 채 굳게 닫혀있다. 박귀빈기자

 

인천 서구 가좌동의 근로자임대아파트가 입주자가 없어 ‘유령건물’로 전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시에 따르면 지난 1984년부터 산업단지의 근로자 유입을 위해 미혼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면적 3천780㎡(1천144평), 총 100실의 근로자 아파트를 운영했다. 2인 1실의 기숙사 형태의 아파트이다.

 

그러나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근로자는 단 1명도 없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196명이던 입주자 수는 2019년 168명, 2020년 98명, 2021년 75명, 지난해 2명, 올해 0명 등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해가 지날수록 산업단지의 기계화로 근로자 숫자가 줄어든 데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파트 노후화와 생활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해 입주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곳이 인근에 국가산단을 배후로 둔 주요한 위치인 만큼 근로자 등을 위한 행복주택 등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일반공업지역인 이곳의 용도를 준공업지역 혹은 상업지역 등으로 변경, 국가산단의 활성화 및 근로자 문화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부터 이 같은 근로자 아파트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행복주택으로 바꾸고 있다.

 

안내영 인천연구원 도시공간연구부 연구위원은 “시대가 변하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시설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소유의 재산인 만큼, 활용할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우선은 근로자 문화공간 등 생활SOC 시설로 변경하는 방법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관련 부서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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