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가을 봉숭아

참 붉다

소낙비에 퉁퉁 불은 종아리

잘 여문 푸념들이 톡톡

깨알처럼 쏟아지고

철없던 치맛자락 붉은 얼룩이

발갛게 물들이던

가물한 기억

 

이따금 쏟아 붓는 빗줄기

농도를 부리면

봉숭아 붉은 종아리를 더듬는 햇살

 

계절에 밀려오는 이야기들이

서늘한 간극을 벌리고

볼우물 터지는 헤픈 속살

달빛이 슬며시 들여다보는데

 

손톱 아래 꽃물로 피어나던

유년의 꿈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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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하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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