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도전 받는 남극, 더 이상 ‘세상의 끝’ 아니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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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제11차 월동연구대 총무

최근 BBC가 미국 빙설정보센터(NSIDC)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극의 해빙(바다얼음) 면적이 1천700만㎢로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세종과학기지에도 남극 겨울인 6월과 7월에 비가 내렸으며 지난해에는 세종기지 관측 사상 역대 최고기온(13.9도)을 기록하기도 했다. 남극도 최근 관심이 급증한 북극 못지않게 도전을 받는 중이다.

 

첫째, 지구온난화에 따라 남극이 녹으며 남극의 환경이 도전받고 있다. 남극 얼음이 녹으면 직접적으로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녹아든 얼음물은 해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상은 곧바로 남극해 탄소 흡수 능력과 해류에도 영향을 줘 지구 열 순환에도 변화를 초래한다. 또 얼음이 줄어든 남극은 해빙 위에서 번식하는 황제펭귄 개체수와 남극 식물의 곰팡이 감염 등 생태계 전반에도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남극은 환경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둘째, 1961년 발효된 남극조약은 그동안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영유권 주장 동결과 남극의 평화적 이용, 과학적 조사 자유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국가적 협력과 공동의 이슈 대응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정한 국제정치적 상황이 논의에 영향을 미치면서 근래에는 기존과 달리 당사국들의 합의로 최종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남극 관광 등으로 논의 이슈가 다변화되면서 2024년에는 관광 특별작업반을 신설해 논의하기로 하는 등 남극조약 협의 체계도 변화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남극 과학 연구도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극지 활동 진흥법’을 제정하고 2022년 ‘극지 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7년까지 남·북극 미지의 영역 진출, 기후변화 대응 강화 등을 위해 남극 내륙 기지 기반 마련, 북극발 한반도 기상 변화 예측, 남극 빙하 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예측 역량 확보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로 36년째를 맞는 우리나라 극지 연구도 성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기후·생태계 변화로 다양해지는 남극 이슈에 대해 해결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도전 받는 남극은 이제 더 이상 극지에 머물러 있는, 우리와 동떨어진 세상의 끝이 아니다. 또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만큼 도전 받는 남극을 위해 이제는 우리도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 속에서 그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남극에 대한 다원화된 도전과 다양해진 이슈를 다루기 위해 보다 다각적으로 남극을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 변화의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계속될 기고에서는 남극을 다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왜 극지 연구를 해야 하며, 극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또 우리나라와 외국의 극지 정책에 대해 좀 더 다른 시각에서 풀어 설명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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