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 버스에 ‘발 동동’... 출퇴근길 시민 불편 현실화 [현장, 그곳&]

수원·화성~서울지역 오가는 경진여객 임금 인상 등 요구...무기한 준법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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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경기지부 경진여객지회(이하 노조)가 준법투쟁에 나선 10일 오전 수원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김기현기자

 

“벌써 버스를 몇 대째 보내는지 모르 겠습니다. 택시를 타도 지각 확정입니다."

 

수원·화성지역과 서울지역을 오가 는 버스를 운행 중인 경진여객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준법투쟁에 나선 10일, 곳곳에서 출퇴근길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께 수원역 버스정류장.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온 직장인 20여명이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버스 정보시스템과 시계를 번갈아 바라 봤다. 평소보다 길어진 배차시간 탓에 출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당역으로 향하는 7770번 버스는 수원역에 도착한 지 10여분이 지나도록 출발하지 않고 정류장에 머물렀다. 빨간색 조끼를 입은 버스기사는 시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출발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듯 했다. 이번 준법투쟁 지침 중 하나인 배차 간격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왜 출발하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상혁씨(25)는 “출근 시간은 9시까지인데 오늘 준법 투쟁이 있을 거란 소식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왔다”며 “노사 간 불협화음이 시민들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출근길부터 시작된 시민들의 혼란은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께 사당역 버스정류장 상황도 마찬가지. 시민 30여명이 반쯤 넋 나간 표정으로 배차가 지연된 수원역행 777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같은 버스를 탑승하려는 시민이 지속적으로 몰리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영향으로 버스는 도착하는 족족 만석이 됐고, 사당역 다음 경유지인 과천동 행정복지센터 등지에서 대기 중이던 시민은 여러 차례 눈앞에서 버스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한 직장인은 “오전에도 이러더니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 를 높이기도 했다.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또다른 직장인은 “차라리 지하철 을 타고 가자”며 결국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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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수원 장안구 한일타운 버스정류장에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황아현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 본부 경기지부 경진여객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첫차부터 ‘준법운행’ 투쟁에 돌입했다.

 

노사 협상 타결 시까지 탑승할 승객이 없거나 만차로 좌석이 없더라도 모든 정류장에 정차한 뒤 출발하는 것을 비롯해 ▲승객 착석 확인 후 출발 ▲교통법규 준수 ▲지정 속도 준수 ▲앞뒤 차 간격 유지 등의 지침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민 여러분께서 준법투쟁 기간 다소 불편하실 걸로 안다”면서도 “보다 더 안전한 버스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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