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대신 쓰레기 키우는… ‘인도 위 화분’ 눈살 [현장, 그곳&]

도내 대형 화분마다 담배꽁초 등 수북
‘마을꾸미기’ 취지 무색 미관·안전 저해
인력 부족 이유 관리 부실, 사실상 방치
행정복지센터·주민자치회 “관리 신경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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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일대. 대형화분이 쓰레기로 둘러쌓여 있다. 황아현기자

 

“저 화분이 보기 좋으라고 설치한 건지, 쓰레기통으로 설치 한건지 모르겠네요.”

 

1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병점동의 한 인도. 쓰레기로 뒤덮인 대형 화분이 눈에 띄었다. 화분 안에 심은 꽃 사이 사이에는 쓰고 버린 휴지, 비닐 조각, 음식물이 담긴 지퍼백 등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언뜻 보면 화분이 아니라 쓰레기통 같다”고 혀를 찼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반달공원과 팔달구 인계동 인근도 상황은 같았다. 대형 화분 안팎엔 피다 버린 담배꽁초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 찢어진 종이 봉투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화분 주변으로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각종 생활 쓰레기들까지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 주민 정선영씨(45·여)는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일 이 골목을 지나다니는데, 쓰레기 때문에 이게 화분인지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주민 혈세로 설치한 인도 위 화분이 ‘쓰레기 화분'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날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영통3동·화성병점1동 주민자치회 등에 따르면 이 화분은 ‘주민자치위원회 제안사업’ 중 ‘마을 꾸미기 사업’의 하나로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설치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갓길로 대형 화분을 설치해 경관 개선 효과와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 및 불법 주차를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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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화성시 병점동 일대.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한 화분 안에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있다. 황아현기자

 

그러나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해당 화분들은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쓰레기통으로 변한 지 오래다. 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청소나 단속 등의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현 경기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화분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설치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 행정복지센터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 상시적인 청소와 단속 등의 관리책을 만들고, 시민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화분 위 쓰레기가 버려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설치된 화분인 만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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