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백화점·마트 등 3년간 화재 발생 754건 달해 소방당국, 이동 가능한 물품… 법 위반 해당 안돼 전문가 “피난로 확보 위해 지속적 단속·감독 필요”
“여기가 창고도 아니고…. 이러다가 불이라도 나면 더 큰 불로 번지는 거 아닌가요?”
14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범계동의 한 아웃렛. 1층에 마련된 물류 창고 옆으로 지하주차장 입구까지 수백개의 상자가 소화기를 가린 채 쌓여 있었다. 창고 밖엔 ‘적재 금지’라는 팻말 4개가 놓여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듯 다양한 옷과 신발들이 담긴 상자들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수북했다. 또한 지하 하역장에도 물류를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마련돼 있었지만, 화물차량들은 물건을 싣고 내리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을 차지해 물건을 쌓아두고 있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차장 출구부터 물류 창고 바로 앞까지 식품, 가전제품 등이 담긴 상자 수십개가 놓여 있어 하역장을 방불케 했다. 또 비닐이 상자를 감싸고 있어 화재 발생 시 큰 불로 번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곳을 찾은 이희천씨(34)는 “화재가 났을 때 쌓아둔 상자에 불이라도 붙으면 더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물류 보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대형 판매시설들이 정해진 공간이 아닌 곳에 물류를 적재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대전 현대아웃렛 화재 때도 지하주차장에 놓인 상자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백화점, 대형마트 등 도내 대형 판매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754건이다. 한 달에 약 20번 판매시설에서 불이 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총 18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매년 종합정밀점검 등을 하고 있지만 물류 적치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동 가능한 물류 적치 자체가 관련 법 위반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판매시설이 보관 장소 부족으로 통로 등에 물건을 적재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 화재 발생 시 화재를 더욱 키울 위험성이 있으며 피난로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며 “소방당국의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시설 내 안전관리자의 꾸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물품 적치의 경우 고정시설이 아닌 이동 가능한 물품이기 때문에 이 자체로 소방법 위반 사항은 아니라 단속이나 강제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난시설에 물건을 적치하는 등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생기면 현장에서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철저한 점검 및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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