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 출장길에 올랐다.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공항리무진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을 다시 검색하고 앱도 새로 깔아야 했다. 공항버스 티켓을 예약할 때는 불안정한 시스템 때문에 전날 저녁부터 문의 전화를 하는 등 불편함은 여전했다.
수원역 공항리무진버스 정류장. 밤새 술 파티를 한 듯한 노숙인과 상점들이 내놓은 쓰레기봉투, 광장을 그림 그리듯 흘러다니는 음식쓰레기 국물까지 수원역광장은 상쾌한 아침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문제는 양손에 캐리어를 든 외국인 모녀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중앙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모녀가 정류장으로 들어섰는데 한 손엔 신용카드를 들고 공항버스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다행히 주변 시민들이 정류장 주변에 붙은 안내문 등을 함께 찾아봤지만 한국인의 눈에도 딱히 어떻게 하라는 안내를 찾을 수 없었다. 답답했던 한 대학생이 고객문의처로 보이는 번호로 연락을 취해 봤지만 늘 그렇듯 연결이 되지 않았다. 비예약자는 아예 탈 수 없는 것인지, 현장에서 티켓을 살 수는 없는지 등 사람들은 외국인을 도우려 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뒤늦게 관계자가 와서 설명을 해줬는데 함께 듣던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흔쾌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신용카드는 절대 쓸 수 없고 오로지 현금만 되고, 한국인이 쓰는 앱을 내려받아 능력껏 예약하라는 거였다. 혹시 빈자리가 있다면 탈 수는 있지만 빈자리 여부는 버스가 와 봐야 안다는 거였다.
요즘 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 빈자리 여부조차 알 수 없다고? 빈자리가 있어도 어쨌든 현금이 없는 사람은 탈 수 없었다. 다행히 이 상황을 함께 목격했던 한국인 승객들이 현금을 모아 모녀에게 전달했고 외국인 모녀가 다음 버스를 무사히 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무려 226만명에 이른다. 인구 대비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중 60%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안산에 이어 수원은 무려 7만여명에 달하는 국내 제2의 다문화도시다. 거주민 환경 변화가 이토록 확연한데 아직도 공항버스 타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과연 다문화, 스마트도시 운운할 수 있을까. 국제관광도시 수원....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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