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버려진 공간의 활용 적극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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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순 호서대 벤처대학원 벤처경영학과 교수

언제부턴가 빈집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빈집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51만1천306가구로 주택 재고의 8.2%에 이른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경기도에도 4만104가구에 이르고 있어 빈집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다.

 

빈집을 방치하면 주거환경 악화, 미관 저해, 우범지역화와 공동화, 주택가격 하락 등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빈집을 철거한 후 세액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빈집을 철거의 대상만이 아니라 재활용한다면 해당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자원도 될 수 있다.

 

몇 해 전 할리우드 배우 로레인 브라코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작은 도시 삼부카의 오래된 집을 1유로에 구입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바 있다. 1유로 프로젝트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인구 감소로 빈집이 증가하자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지자체가 공공 재원을 투입해 빈집을 매입한 후 해당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1유로라는 상징적 가격으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빈집을 철거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빈집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요구된다. 지방정부가 빈집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1유로와 같은 상징적인 가격으로 매각이나 임대해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 구매자에게 자부담으로 일정 기간 주택을 개·보수하도록 하고 의무거주 기간을 설정해 공간 이용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빈집을 주택으로 재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사회 통합과 고용 창출을 위한 지원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공공이나 민간으로부터 비어 있는 공간을 저렴하게 임차해 창업자나 예술가들이 이용하게 한다면 제2의 성수동, 문래동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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