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생각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아닌지

김태수 경기도수자원본부 수질총량과장
김태수 경기도수자원본부 수질총량과장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는 그리스 아테네 인근 케피소스 강가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여인숙을 운영하면서 강도질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하나 있는데 여인숙에 찾아오는 손님이나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뉘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 죽였다고 전해진다.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악행도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이 난다. 인과응보의 이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잡아 침대에 뉘고는 그가 남에게 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라 죽게 한다. 이 신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교훈을 얻을 것은 나 또한 내 고정관념의 생각에 묶여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판단하거나 뜯어 고치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자기 행동과 생각이 다르면 비난한다. ‘잘못이 남에게 있지 내 행동과 생각이 잘못되었나’ 하고 나를 돌아보는 일은 거의 없다. 내 생각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 정말 맞는 것인지를 잘 살펴보면 그 생각, 신념, 원칙이나 기준은 시간과 함께 변하고 있음을 스스로를 잘 관찰해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생각이나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나 역사의식에서 각자의 생각이 충돌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뉴스를 최근에 쉽게 접한다.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다른 사람의 본성, 특성을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경우 그것은 옳지 않고 비인도적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주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절한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개선하려고 해야 우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도가 사상의 대표적인 철학자 장자도 자연스러움과 무위를 강조하면서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여 주면 괴로워하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면 슬퍼한다고 말하면서 타고난 생각과 본성을 억지로 뜯어 고치려는 짓을 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자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때 장자의 학의 다리, 오리 다리에 놓이지 않고, 서로 다른 의견과 입장을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남의 생각이 나와 다름에도 불안해하거나 근심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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