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 지정 7%… 장애인 보행 안전 ‘빨간불’ [현장, 그곳&]

인도 없는 도로 차 ‘쌩쌩’… 불법 주정차 ‘빼곡’
어린이·노인보호구역보다 지정 구역 턱없이 부족
‘나홀로 외출’ 꿈도 못 꿔… 道 “현장 점검 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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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장애인 시설 476곳 가운데 장애인 보호구역이 지정된 곳은 단 34곳에 불과해 장애인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오후 군포시 한 장애인보호구역 도로에 방지턱이 존재하지 않아 자전거가 질주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혼자 외출하는 건 꿈도 못 꾸죠. 차가 쌩쌩 달려옵니다.”

 

19일 오전 10시께 군포시 당정동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 인도가 따로 없는 이면도로인 이곳은 양쪽으로 불법주정차가 줄지어 있었다. 게다가 상가와 주택이 몰린 탓에 10여분동안 승용차 12대가 오갔지만 속도를 줄이는 방지턱 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과 달려오는 차량을 이리저리 비집고 아슬하게 길을 건너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장애인보호구역이라는 노면표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도부터 인도까지 불법 주정차가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끊임없이 지나는 차량들이 속도를 내 건너가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과속차량의 속도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카메라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휠체어 장애인 박진만씨(가명·49)는 “보호자 없이 장애인 혼자 산책을 나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장애인보호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처럼 많아져 장애인에 대한 안전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 노인과 함께 교통약자로 구분되는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보호구역이 경기도에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더라도 관련 안전시설이 미흡해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장애인보호구역은 장애인 시설 주변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정하는 것으로, 차량 통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표지판, 과속방지시설 설치, 노면표시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직업 재활시설 등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 복지시설 주변은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설 주변으로 장애인보호구역을 지정한 곳은 도내 전체 장애인 시설 476곳 중 단 34곳 뿐이다. 이는 도내 어린이보호구역(3천837곳)이나 노인보호구역(466곳) 수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관련 안전 시설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4월 전동휠체어와 휠체어 장애인 4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8%가 이 같은 안전 시설 확충 등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호구역을 늘려 장애인 보행자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호구역엔 방지턱, 인도 분리대 등 안전 시설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보호구역은 각 시설에서 요청하면 검토 후 지정하고 있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안전 시설을 구축하는 등 장애인 보행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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