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난 21일에 2024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에 명시된 기간보다 무려 19일이라는 기한을 넘긴 후에야 656조6천억 원을 내년에 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입과 지출을 구분해서 보면 지출은 정부 원안보다 3천억 원이 감액된 반면, 총수입은 약 1천억 원이 증액된 612조2천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예산 심의·의결 지각을 포함해 3년 연속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겼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헌법을 3년 연속 어겼다는 것만으로도 불명예가 아닐까 싶다. 또한 국회 예산이 뒤늦게 의결된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공무원들은 또 바쁜 연말과 연초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먼저 총수입이 변동되면 지자체의 세입도 연동돼 수정이 필요하다. 국세 수입의 19.24%는 보통교부세, 20.79%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자체에 이전된다. 따라서 국세 변동만큼 보통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오차를 수정해야 한다.
총수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번 지출 예산안을 보면 신규사업 편성, 기존사업의 증액 및 감액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증액은 3조9천억 원, 감액은 4조2천억 원 수준이다. 중앙정부의 지출은 중앙부처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동반하여 추진되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은 당초에 정부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됐지만, 민주당이 7천53억 원 증액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3천억 원의 예산이 새로 반영됐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은 중앙과 지자체가 각각의 분담 비율에 따라 재원을 투입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243개 지자체는 모두 추경을 통해 지방비를 반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사랑상품권뿐만 아니라 이번 국가 예산안에서 변동된 모든 세출 사업과 연관된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 매칭 규모에 따른 예산 변동액을 모든 지자체는 조정해야 하기에 분주해질 것이다.
이렇듯 재원의 흐름은 국가 예산에서 광역 지자체 예산으로, 광역 지자체 예산에서 기초 지자체 예산으로 흘러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앙에서 기초 자치단체로 바로 연결되는 사업도 일부 존재하지만,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흐름으로 보면 가장 최적의 예산 수립 시기는 국가,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 등 순으로 예산이 의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재원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의결됐다. 예를 들어 기초 지자체인 남동구는 10일, 인천광역시 14일, 국가 예산 21일 등으로 2024년 본예산이 의결 확정됐다. 결국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의 심도가 있는 심의를 거쳐 의결된 2024년 예산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인천시를 포함한 군·구는 2024년이 도래하면 추경을 준비할 것이다.
국회 의결 대상인 국가 예산과 인천시 예산 그리고 군·구의 예산은 절대 규모와 사업 종류 등에서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인다. 따라서 일부 기한을 연장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인천시의회 40명, 인천 남동구의 경우 1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국회에는 약 300명에 달하는 의원이 존재하고 있고, 각 의원실에는 지원 인력도 충분히 배치돼 있다. 그런데도 12월이 다 지날 무렵에, 그것도 매년 반복적으로 연장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회 예산 심의가 매번 늦는 이유는 예산의 규모가 크고 수행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만이 아닌 여야의 의견수렴 불일치라는 더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예산 의결에 관한 시기상의 불일치로 항상 어려움을 겪고, 힘들게 작성한 사업 예산을 다시 재수정해야 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고충과 이로 인해 낭비되는 지방행정은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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