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기업의 획기적 출산정책

신동섭 인천광역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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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 수 감소’, ‘역대 최저’라는 단어는 현재 한국에서 합계출산율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7천381명이 줄었고 합계출산율도 0.1명 감소한 0.7명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매 분기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셈이다.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출산휴가 등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예산을 상향해 지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신혼부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산이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공통으로 갖는 문제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옆 나라인 일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5대 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0.6명의 직원 합계출산율을 9년 만에 1.97명으로 반등시켜 이슈가 되고 있다. 단순 직원의 출산율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유사한 기간에 노동생산성이 5.2배 늘어나 일과 양육을 동시에 잡은 기적의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상사에서는 야근을 금지하고 오전 유연근무를 시행해 직원의 오후 시간을 보장했으며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오전 유연근무를 활성화했다. 여기에 주 2회까지의 재택근무를 통해 양육을 위한 환경을 만들었고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해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증가시켰다.

 

그동안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한 정책은 육아 환경의 개선보다는 육아로 인한 지출을 현물로 지원하는 형태를 주로 추진했다면 일본의 기업에서는 근무 형태를 변경해 아이를 키우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고, 이러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아이를 낳아도 일과 양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심적 안정감을 통해 출산율을 비현실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국내 기업 또한 출산에 따른 지원금과 휴가를 제공하고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며 반대로 사내 어린이집의 확장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는 기업도 존재한다. 특히 매출 10대 기업의 경우 5년 동안 출생아 수가 30% 이상 급감하는 등 1.26명(2022년 기준)의 합계출산율을 보이는 일본의 기업보다 출산에 관한 지원이 냉랭하기만 하다.

 

가장 가깝고 가장 유사한 나라에서 출산율 제고에 대한 해답이 이미 나왔다. 기업의 의지가 약하다면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인 인천시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 인천시와 지역 내 기업이 하나가 돼 야근을 줄이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정책의 방향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출산장려금 등 현물 지급의 한계를 인정하고 양육과 근로가 함께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하루빨리 도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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