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려식물이 아프다면, ‘사이버 식물병원’

이오수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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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와 사회·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반려식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초기 환경·미화적 요소가 강했던 식물 가꾸기는 점차 치유와 회복을 위한 ‘반려식물 가꾸기’로 변모했고, 이러한 흐름을 타고 ‘식집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나 역시 ‘식집사’이다. 도의회 개인 사무실에는 20개 화분이 있는데, 매일 아침 출근하여 환기를 시키고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삭막한 건물 숲을 뒤로하고, 창가에 놓인 푸릇한 식물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상에서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요즘 말로 ‘가성비 갑(甲)’이 아닐까.

 

반려식물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정서적 안정과 치유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힐 때 얻는 성취감은 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 가꾸기는 심리·정서적 안정은 물론, 신체,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고 한다.

 

하지만 반려식물 가꾸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물마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애정이 과해서 과습으로, 때로는 바쁜 일상에 치여서 마름으로, 때로는 이유 모를 곰팡이나 해충으로 인해 식물을 고사시킨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식물병원’이다.

 

‘사이버식물병원’은 말 그대로 식물이 아플 때 찾는 온라인 병원이다. 아픈 식물의 사진과 증상을 적어 의뢰하면, 전문가가 온라인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이버식물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쉽고 간편하게 반려식물을 가꾸는데 필요한 기초 정보부터 전문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도의원으로서 대표 발의한 ‘경기도 사이버식물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가 전국 최초로 시행됐다. 조례를 통해 ‘사이버식물병원’의 설치·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진단·처방 시스템과 정보 제공 기능을 확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식물 가꾸기를 통한 정서적 안정과 성취를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사이버식물병원을 찾은 사람은 하루 평균 2천명, 연간 약 75만4천 명에 달한다. 실제 병충해 등 진단·처방 건수는 657건이다. 그간 쌓인 병충해 진단 데이터를 모아 작목이나 피해 부위, 피해 증상별로 검색할 수 있게 했기에 직접 진단을 의뢰하지 않아도 반점, 무름, 썩음, 시들음, 고사, 마름 등 증상에 따른 처방 사례를 찾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화훼산업은 인건비와 난방비 등 생산비 증가와 수입산 화훼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화훼농가의 30.9%, 전체 판매액의 43.7%에 달하는 대표적인 화훼 주산지이지만, 지난 10년 새 판매량이 42.5% 감소하며 전체 농가의 26.9%가 이탈하였다. 최근에는 한·에콰도르 SECA 체결로 일부 화훼류에 대한 관세 철폐가 예고되는 등 FTA에 의한 화훼산업 고사가 심화되고 있다.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의 위원이자, ‘식집사’의 한 사람으로서 반려식물 가꾸기를 제안해 본다. 반려식물을 통해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한편, 어려운 화훼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반려식물을 키우다가 어려울 땐 언제든 ‘사이버식물병원’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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