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동두천문화원지역학연구소장
봄이 오니 풀은 저절로 푸르고 꽃봉오리도 무엇이 급한지 잎새 없이 만삭에 가까웠다.
긴 겨울을 지고 난 벌나비는 다시 춤추고 숲속의 새들은 춘흥을 못 이겨 짝지어 노래한다. 눈 녹은 산하에는 자연 그대로 미소 지으며 만물이 솟아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봄이 왔다 해 이를 구하고 어떤 이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한다. 우리 인간사 이것이 문제인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목적과 방법이 바뀌어도 까닭도 모르고 생각 없는 사람도 있다. 내적으로 무지하면 외적으로 하는 일이 가치 있는 것일 수 없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누구인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고삐를 쥐고 스스로를 진리의 세계로 끌고 가야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평생 찾아 헤매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 않는가. 평생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지 않는가. 세상에서 무슨 원리나 문제 등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있고 다른 것과 비교할 때 의미가 보다 확실해지는 상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무의미한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말 가치가 드러나는 것도 있다. 또 선한 인연보다 악한 인연이 나에게 던진 피해가 더 많은 은혜가 될 때도 있다.
세상사는 혼돈이고 모순이니 집착을 버리고 전체적으로 대해야 도약할 수 있다. 부처가 무심을 강조한 까닭은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사람을 괴롭히고 해롭기 때문이었다. 신라의 의상(義湘) 대사는 한 티끌도 온 우주를 다 포함하고 일념의 찰나가 영원을 포함한다고 역설했다. 바닷물 맛을 알기 위해 모든 나라 땅을 밟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이 있는 곳을 여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다 소유가 아닌 무소유의 음미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편안함을 얻어야 한다. 바야흐로 2024년 갑진년 새해에는 지난 계묘년에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흘러가게 하지 말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미워하고 싸우기에는 매우 아까운 시간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