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일열 서정대 사회복지과교수·도시행정학박사
청소년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고 역량을 길러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지식을 쌓는 데 치중해 몸과 마음의 성장에는 관심이 덜했다고 생각된다. 예전부터 말해온 지덕체(智德體) 교육에서 지(智)에 치중해 덕(德)과 체(體)는 소홀히 해온 것이다. 학생들의 평가에서 성적이 모든 기준을 압도하고 다른 분야에서 뛰어나도 성적이 낮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 학생들의 마음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생각된다.
청소년 마음건강 상태의 심각성은 각종 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교육부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2022년) 결과에서 중·고등학생 스트레스 인지율이 41.3%로 높았다. 스트레스 인지율이란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분율을 의미하는데 이를 인지하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4명이나 된다. 중·고등학생의 우울감 경험률은 28.7%로 나타났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외로움 경험률은 21.6%, 범불안장애 경험률(중등도 이상)도 15.9%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심각성을 파악한 교육부는 올해부터 모든 학생을 위한 마음건강 지원을 강화한다. 즉, 초‧중‧고교 모든 학교에서 상시 활용 가능한 위기학생 선별 검사도구를 도입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위기학생 치유·회복을 지원한다. 또 학생들의 감정·충동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한 마음챙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2025년부터 시범운영한다. 이와 같은 교육부의 정책은 청소년 마음건강이 더는 학생이나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청소년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과도한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체육과 문화 활동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학과 공부를 통해 성적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학생들의 체력과 취미를 존중하며 체육과 문화 활동을 증진해야 한다. 학교에서 체육활동, 예술, 문화행사 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신체건강을 도모하고 사회성, 다른 사람과의 협력 능력, 창의력을 키우고 나아가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필요한 역량이라 생각된다. 또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편견이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때다. 마음건강 위기 학생이 전문가로부터 부담 없이 치유·회복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마음건강을 회복하려는 노력에 모두 힘을 보태자는 것이다.
몸에 병이 나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마음에 병이 나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청소년의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마음건강은 성인이 돼서도 그 상태가 지속될 수 있으므로 청소년기의 마음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청소년의 마음건강에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청소년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 자녀 관계가 좋지 않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청소년 자녀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정 내에서도 마음건강을 지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 사회의 중추적인 인재가 될 청소년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진출할 때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있다. 그러므로 기성세대도 청소년의 마음건강에 관심을 갖고 청소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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