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 안양시 동안구보건소장
사회적으로 낮은 출발점에서 출발하나 노력과 재능으로 큰 성공을 이룬 경우를 빗대어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한다. 특히 교육을 통한 상승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원동력의 하나가 된 것이고 필자 역시 이런 수혜를 입은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는 되리라. 필자는 각계각층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결국 꿈을 달성한 당신이 바로 용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 예술가, 과학자, 판검사, 의사도 있고 식당이나 카페의 사장 등도 용으로 거듭난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런 용들을 질투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편으론 박수를 보낸다.
지금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면서 체념하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수능시험부터 이상해졌다. 지금의 입시제도에서라면 과연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을까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회의적이다. 그리고 주변 많은 사람이 필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면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사회인가? 나는 자유경쟁을 담보하는 민주주의 사회는 언제라도 용이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학업이나 스포츠에서 어렵거나 평범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놀라운 성과를 내는 경우를 여전히 보고 있다.
그렇다. 용의 개념이 어느 분야라도 최고의 위치에 오르면 붙일 수 있는 칭호라고 한다면 용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음식점이나 카페 사장도 용이 될 수 있다. 집수리, 배관 전문가, 전기 기술자 등도 좋은 기술과 신용이 있으면 용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맞벌이 부부에 있어서 가성비 좋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평생의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역시 인간적 한계가 있어 개천에서 용으로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은 이른바 백세 시대가 됨에 따라 높은 지위, 권력을 갖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장수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력을 가지면 이 역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에 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수 시대에 건전한 시민 생활을 하고, 사회에도 어느 정도 자선을 베풀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끼용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 나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본다. 30세 첫 직장 때부터 매월 100만원씩 저축해 이를 매년 9% 복리로 늘어나는 상품에 30년 동안 투자하면 얼마가 될까? 이 9%의 근거는 제러미 시걸이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에서 1926~1960년에 그랬고 이바슨 등은 1926~1996년에 연 10.5%라고 발표했다. 피터 린치는 ‘이기는 투자’에서 지난 70년에 걸쳐 미국 주식이 연평균 11%의 수익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 전체는 10.13%였다고 했다. 그러므로 9%는 약간 겸손한 표현이다. 매월 1천달러를 투자해 매년 복리 이자가 9%인 경우 30년 후에는 약 165만달러로 불어난다.
이 액수를 약간은 낮춰 10억원의 증권재산을 가진 경우 60세 은퇴 이후에도 매년 9%의 수익이 들어오니 연 9천만원의 수입이다. 국가에 22%의 세금을 내고 남은 7천만원은 월 585만원의 수입에 해당한다. 이 나이까지 독신이라면 충분히 결혼해 먹고살 수 있다. 이런 태도로 생활한 사람이면 주변 사람이 가만히 놔두지 않고 대시해 이미 결혼해 있을 것이다. 그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아니라 얼마든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용인 것이다.
월급은 생활하고 결혼하고 육아하는 데도 모자랄 텐데 언제 저축할 여유가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 나기 위해선 자신의 피 나는 노력과 함께 때로는 가족이 한 팀이 돼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직장에서 떠나 백수가 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이 나기 위해서는 dirty(더러운), dangerous(위험한), difficult(어려운)의 3D를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십년 전에는 그랬다. 흙수저가 대부분인 우리는 아홉수를 피해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했고, 사글셋방부터 시작한 경우도 많았고 대부분 열심히 일했다. 실은 이런 노력을 워런 버핏처럼 어려서부터 사교육비 들이는 대신 이 같은 방법으로 투자했더라면 백만장자가 훨씬 전에 됐을 것이고 그 액수도 커져 수백만장자가 됐을 것이다.
이제 100세 시대가 된 이상 60세, 아니 어떤 나이에서도 이런 목표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이 나이가 되면 목표액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시몬 페레스가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책에서 한 충고처럼 꿈을 크게 꾸지 못하란 법이 있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나 손자에게 멋진 선물을 남겨줄 수도 있고, 내가 몸담아 온 사회에 남겨줄 수도 있다.
나이 들면 행복과 불행의 차이나 귀하고 천함의 차이가 확 좁혀지는 것 같다. 대체로 1건(건강), 2재(재산), 3처(부인), 4사(할 일), 5우(친구)의 순서로 행복이 정해진다. 이를 누리면 바로 당신이 용이다. 그리고 이 소풍 나온 세상에 하고 싶은 놀이를 실컷 하는 호모 루덴스를 보장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며 현금화가 가능한 증권투자는 등용문 역할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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