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인 척 간판 걸고… 불법 유흥주점 ‘꼼수 영업’ [현장, 그곳&]

경기도 곳곳 음향시설 갖추고 성업
‘일반음식점’ 등록해 탈세하고
CCTV 설치해 단속 교묘히 피해
道 “민원 잦은 업소, 단속 강화”

지난 23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수원의 한 영업장에서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금유진기자
지난 23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수원의 한 영업장에서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금유진기자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춤까지 추는데, 이게 식당인가요?”

 

지난 23일 밤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의 한 주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주점 한편에는 디제잉석이 마련돼 있었다. 큰 음악이 울리며 레이저 조명이 사방을 비추자, 술을 마시던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다. 벽에 걸린 빔프로젝터에 글자를 띄우며 흥을 돋우는 점원의 모습도 보였다.

 

같은 날 밤 11시께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포착됐다. 천장을 수놓은 형형색색 불빛과 춤추는 사람들, 흡사 유흥주점인 듯 보였지만 이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민우씨(가명·21)는 “신나는 분위기에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마다 방문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곳곳에 일반음식점 허가를 낸 채 유흥주점과 흡사한 영업을 하는 불법 업소들이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운영 형태는 탈세의 우려가 크고 건전한 상업 질서를 무너뜨릴 여지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소는 음향 시설을 설치하거나 노래나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형태의 영업이 금지된다.

 

하지만 도내 일부 업장은 단속을 피해가며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실상 적발 자체가 어려운 현장 단속 체계 탓이 크다. 단속에 나선 공무원이 불법 여부 등을 적발하기 위해선 신분을 밝힌 뒤 현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이 유흥주점은 노래를 꺼버리는 등 현장 적발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로 공무원의 방문을 미리 확인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흥주점 형태의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유흥주점의 경우 수익의 23%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일반음식점은 수익의 10%만을 부가가치세로 내면 되기 때문이다.

 

최원동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은 “유사업종을 빙자한 불법 유흥업은 상업 질서를 무너트리는 행위”라며 “일반음식점도 유흥주점 허가를 내듯 촘촘한 절차를 거쳐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 점검을 나가지만 ‘점검을 나왔다’는 것을 먼저 밝혀야 하는 탓에 업소들이 불법 행위를 멈추거나 숨기면 적발이 어렵다”며 “잦은 민원이 들어온 업소들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불법 행위 근절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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