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노블레스 오블리주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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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힘 있는 자의 의무’라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지위와 권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그런 힘을 얻기까지는 사회와 구성원(국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집단 이기주의를 볼 때마다 불안한 가슴을 억누를 수 없다. 의사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얻은 권력(?)으로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의료분쟁은 가진 것이 몸뚱이 하나뿐인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벌이던 정당한 노동쟁의와는 사뭇 다르다. 자유당 시절부터 있었던 학생운동은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분명한 대의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이번 행동은 하찮은 밥그릇 챙기기, 즉 명분 없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의사의 직분을 버리고 의료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의사 자격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민은 환자이기 이전에 병원의 가장 큰 고객이다.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힘 없는 환자를 볼모로 잡아 놓고 협상 대상으로 이용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정부하고 협상하고 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집단 행동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그런 사례는 동서고금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을 하면서 생계 유지를 하는 사람들은, 고객을 섬기는 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여태껏 고객을 업신여긴 업주가 성공한 사례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본인의 의료 기술을 고객의 목숨을 위협하는 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

 

당장 의사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민은 우리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하루빨리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부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그런 ‘우둔한 집단’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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