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서 내려다본다 한옥 지붕들이
가지처럼 담장 사이로 뻗어가 있다
한낮에도 간판은 환해서
줄지은 나무들도 봄은 이른 영업이다
골목은 살구 꽃향기를 세놓은 듯
여기저기서 코끝을 불러들이고
북촌에서 한복은 봄꽃과 같다던데
까르르 웃는 외국인들 흐드러지면서
살랑바람으로 걷는다 각기 다른 말도 색깔이 있어
끼리끼리 군락을 이룬다
저들이 맞는 봄은 고국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리리라
검은 피부에 커다란 눈의 여인이
옷고름을 고쳐 매는 중이다
북촌의 토요일이 아무도 모르게
사르르 풀리고 있다
이숨 시인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세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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