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자살 예방에 대한 국가의 책무

장윤영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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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통해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한다. 이 법에 따르면 국민은 자살 위험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노출됐다고 판단할 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예방정책을 수립·시행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하며 자살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발견한 때에는 그가 구조되도록 조처할 의무를 갖는다(제3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살예방 등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했다는 것이다(제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살 위험자를 위험으로부터 적극 구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자살의 사전 예방, 자살 발생 위기에 대한 대응 및 자살이 발생한 후 또는 자살이 미수에 그친 후 사후 대응의 각 단계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자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한 사안에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과 장병의 자살예방 대책과 관련한 부대관리훈령 등의 규정 내용을 종합해 각급 부대의 관계자가 자살예방 관련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속 장병의 자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를 취했을 경우 자살 사고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을 때 해당 관계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이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고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할 국가의 책무를 다시금 환기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의 발로, 극단적 선택 또는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 사회적 또는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 자살 예방을 위해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부설 경기도 자살예방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생명지킴이를 양성하고, 자살 유발 정보의 유통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청년 생명사랑 모니터단을 운영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를 지원하는 마인드 케어 사업의 대상을 확대하는 등 여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지속돼 이른바 ‘자살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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