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곳곳 스프링클러 없는 ‘시한폭탄’ 건축물…화재 위험 키운다

2017년 이전 건물 설치 의무 해당 안돼…“국가 차원 지원 필요”

지난 22일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의 호텔 8층에서 난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홍기웅기자
지난 22일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의 호텔 8층에서 난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홍기웅기자

 

지난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가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유로 ‘스프링클러 부재’가 지목되면서 경기도 내 곳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건물들 역시 화재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에 화재가 난 부천 호텔은 지난 2003년에 완공, 21년째 운영 중인 노후 건물이다.

 

건축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2017년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으로 6층 이상 모든 건물에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과 아동 복지 시설 등 일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지 않으면서 2017년 이전 지어진 대부분 건물들이 법 사정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에 해당 건물들의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2020년 국토교통부는 3층 이상이면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화재안전성능보강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성능 보강 지원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숙박 시설은 지원 대사에서 제외, 화재가 ‘참사’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인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화재안전성능보강 건축물’이 572개동으로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최다치를 기록,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시한폭탄’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화재 발생시 숙박시설, 또는 그 이상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지목되는 병원급 의료시설은 2026년까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 화재 위험에 노출된 시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소방청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감염병 확산으로 시설 내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료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체 의료시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 사이에서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다중이용시설 내 스프링클러를 시급히 설치하도록 정부가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숙박 시설은 물론 노약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의료 기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매우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의료시설 내 스프링클러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는 정부의 적절한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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